이 같은 결과는 오롯이 극장가를 찾지 않는 30·40대 남성들만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 가히 '신드롬'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나이대 남성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 돼 웬만하면 추억과 감상에 젖어들지 않는 특성이 있다. 고단한 삶에 지친 남성들이 스스로 티켓을 구매하고, 혼자 영화관에 가는 풍경은 부인과 아이들에겐 의아한 현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슬램덩크가 이들의 화려했던 청춘기에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촉매제라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사실 슬램덩크는 친절하지 않은 영화다. 만화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많다. 한 마디로 감독은 '너, 내용 다 알고 왔잖아'라는 느낌이다. 영화의 마지막 3분은 원작처럼 대사도 없고, 흔한 배경음악도 없다. 그리고 주인공 강백호가 역전의 버저비터 슛을 쏘기 전 대사 없이 입 모양만 나오지만 우리는 안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것을.
영화가 끝나고 관객석에선 기이한 현상들이 이어진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 옛 추억과 감동을 느낀 표정 등등…. 슬램덩크는 중년에 접어든 남성들에게 화려한 옛 영광을 토대로 미래를 헤쳐나갈 수 있는 삶의 활력소와 힘의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슬램덩크는 문화의 힘을 재확인시켜줬다. 개봉과 함께 반일몰이 소재가 됐지만 힘을 받지 못했다. 어떤 이념과 애국심보다 개개인의 추억이 더 중요했던 셈이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현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향후 20년 뒤엔 남성들이 지금 느꼈던 이 감정과 감동을 전 세계인들이 우리의 영화를 보며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한류의 문화를 더욱 공고히 해주길 희망한다. 그것이 '문화의 힘'이기에.
/민웅기 지역자치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