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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U(perinatal intensive care unit)는 태어난 지 며칠 안 되는 주산기(周産期) 영아와 어린이를 전담 치료하는 의료시설을 말한다. 출산 전후기는 모체와 태아, 신생아의 특이한 생리 상황이 나타나는데, 이를 주산기라 한다. 주산기 산모·영아 사망률은 특정 국가의 의료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다.

지난해 일본 후지TV가 출시한 드라마 'PICU'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성장기다. 홋카이도에서 나고 자란 시코타 타케시로(요시자와 료)는 27살 의사다. 어느 날 타케시로는 소속 병원에 신설된 소아 집중 치료실로 자리를 옮기라는 명령을 받는다. 눈물 많고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는 철부지가 시행착오와 아픔을 겪으면서 유능한 전문의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첫회부터 시청률 10%를 가볍게 넘어섰고, 올 초엔 국내 IPTV 채널에서도 방영됐다.

정부가 아픈 아이의 증상을 의사와 24시간 전화로 상담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평가에 소아 진료 부분을 강화한다. 야간·휴일에 소아를 외래 진료하는 '달빛 어린이병원'의 수가(의료행위 대가)를 높이고, 운영 병원 수를 100개까지 확대한다. 엊그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소아 의료체계 개선 대책의 뼈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조속히 마련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정책 보강에 나선 배경은 소아 진료 체계가 붕괴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지난해 수도권 종합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없어 진료를 중단했다는 언론 보도에 위기감이 커졌다. 부모들은 심야와 주말 등 취약 시간대 의료 공백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소아청소년과의 암울한 미래를 예시하는 소식이 또 나왔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는 통계청 발표다.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6년째 꼴찌라고 한다.

저출산과 소아·청소년과 기피는 인과가 명징하다.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다 해도 선과(善果)를 장담할 수 없다. 저출산대책위는 보이지 않고, 소아 전문의는 희귀종이 되고 있다. 의사들 선의에 기댈 수도 없다. 미래 세대를 떠올리면 숨이 턱 막히고 만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