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까지 교육과 돌봄을 학교가 책임지는 '늘봄학교'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의 업무 분담이 이뤄지지 않아 행정 업무가 늘어나며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3월부터 도내 초등학교 80개교가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한다. 늘봄학교는 기존 초등 전일제 교육을 개편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방과후 교육활동과 돌봄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돌봄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으며, 2025년부터 전국 모든 학교가 실시할 예정이다.

오전 7시~오후 8시 교육·돌봄 정책
내달부터 도내 초교 80곳 시범운영


문제는 준비기간이 짧아 업무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늘봄학교 관련 행정 업무를 일선 교사들이 도맡아야 한다는 점이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25일 늘봄학교 시범 시도교육청에 선정된 후, 지난 15일에 늘봄학교 시범운영 학교를 발표했다. 개학을 2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늘봄학교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일선 교사들은 행정 업무가 늘어나 교육연구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방과후 학교 등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생긴 아침과 저녁 시간대 프로그램 계획을 만들고, 학생 안전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시흥시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한 10년 차 교사는 "요새는 학교의 모든 사안을 공문으로 처리한다. 방과후 학교 같은 경우 강사 모집 및 채용을 직접하고 학생 강의 신청까지 처리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공문으로 남긴다"며 "수업 연구 시간이 극도로 부족하다. 학생들에게 미안하지만 영화를 틀어주고 행정 업무를 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갑작스럽게 선정된 학교들은 '난감'
한시적 '정원외 기간제' 충원 계획
'상당수가 퇴직 고령' 효과 적을듯

이에 한시적 정원외 기간제 교사를 충원해 업무를 줄여줄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경우 기간제 교사 자격을 만 70세로 확대할 정도로 기간제 교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도 상당수가 퇴직한 고령자라 행정 업무를 담당하기엔 무리가 있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는 대다수가 퇴직자다. 채용돼도 예전과 행정 업무가 많이 달라져서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간제 교사를 모집 경쟁하듯 구하는 상황에서 과중한 업무를 맡기면 그냥 계약 해제하고 다른 학교에 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도교육청은 향후 계획대로 학교 행정 업무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면 업무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교육부는 3월 1일과 9월 1일에 각각 15명씩 교육지원청에 행정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과도기라 업무 분담이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시범운영을 통해 시스템이 정착되면 업무 경감 모델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