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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 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격랑 속을 지나가고 있다. 언제쯤 가라앉을 험한 파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대표의 공식적인 사법 리스크가 시작된 셈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의혹이나 혐의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검찰의 추가적인 수사 그리고 재판으로 이어진다. 체포 동의안이 통과되고 안 되고는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니다. 체포 동의안 통과 여부만으로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기소되면 곧 재판이 진행될 것이고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이 진술한 대북 송금 관련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거쳐 추가 구속 영장 청구가 예상되고 있다. 최종적으로야 재판을 통해 결정될 일이지만 그 전에 이재명 대표의 운명은 여론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구속 영장'이 아니라 '민심 영장'이 더 중요한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검찰 수사 리스크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지속적인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넥스트리서치가 MBN과 매일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24~25일 실시한 조사(전국 1천7명 유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5.5%,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재명 대표가 기소될 경우 대표직 수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 정도인 59.2%는 '대표직 사퇴' 의견으로 나타났다.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1.7%로 나왔다. 대표직 사퇴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높다.


계속되는 수사 리스크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져
대표직 사퇴 찬성도 '두배'


이재명 대표를 향한 무거운 여론도 부담스럽지만 당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지만 좀처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 부담이 더불어민주당의 경쟁력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21~23일 실시한 조사(전국 1천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9.5%,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4%로 나왔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와 동일했고 더불어민주당은 4%포인트 더 늘어난 정당 지지율이다. 더불어민주당의 4%포인트 상승은 당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 40대, 화이트칼라에서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집은 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경쟁력 약화와 만족도 저하는 심상치 않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의 '공룡 정당'을 만들어 준 민심과 달리 서울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8%포인트 더 앞서고 충청권도 마찬가지다. 부산·울산·경남은 국민의힘이 2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자영업층에서도 국민의힘이 약 20%포인트 앞서는 수치다. 여전히 호남, 40대, 화이트칼라는 더불어민주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 무렵 결집했던 정도에 비하면 약화된 수준이다. 당장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불어민주당의 위협으로 인식되는 만큼 지지층들은 더 결집하는 양상으로 분석되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더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조금이라도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는 경우에 이 대표는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지게 된다.

내년 총선 더 큰 영향 요인은
법적 평가보다 국민여론 무섭다


사법 수사에 대한 대응은 원칙적으로 법적인 대응이 기본적이다. 하지만 법적인 해명은 재판이 모두 끝난 뒤에나 확인 가능할 뿐이다. 내년 총선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적인 평가보다 여론의 평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해 부정 평가하는 응답자 중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율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못마땅하게 평가하지만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이재명 대표의 운명에 검찰의 '구속 영장'이 아닌 국민의 '민심 영장'이 더 무서운 까닭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