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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요즘 우리는 집에서나 집밖에서나 한순간도 스마트폰 없이 지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초고속 인터넷을 실현한 4세대 LTE가 개발된 2011년부터라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2011년 3월에 1천만명을 돌파하고 2013년 12월에 3천750만명에 이르면서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10년 가까이 되면서 우리의 신체 사용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다.

2021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 의하면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여가시간이 평일 1.9시간, 주말 2.3시간으로 평일 여가시간의 50%, 주말 여가시간의 40%를 차지한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여가시간은 최근 코로나(COVID)19 발생으로 더욱 늘어났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한 여가활동, 즉 디지털 여가활동의 증가는 신체 사용 방식과 신체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2011년 LTE부터 스마트폰 대중화
평일 여가시간 50% 차지 일상 변화
운동 참여율 줄고 비만·디스크 늘어


먼저,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신체를 움직이는 운동 참여율이 감소하고 있다. '국민생활체육조사'에 의하면 주 1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인구 비율이 2012년 43%에서 2019년 66.6%까지 증가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2년 61.2%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둘째, 국민의 비만율이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비만율(만 19세 이상 체질량지수(BMI) 25 이상 응답자 수를 조사대상자 수로 나눈 비율)이 2012년에 32.4%에서 2019년에 33.8%로 소폭 증가했는데 2020년 38.3%, 2021년 37.1%로 대폭 늘어났다.

셋째, 스마트기기의 장시간 사용으로 인해 무리하여 사용하는 신체 부위가 생겨 디스크 유병률이 높아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에 목디스크(목통증)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가 233만명 이상이며 이 수치는 허리디스크 환자 수(약 200만명)보다 더 많다.

그리고 고려대, 울산대, 이화여대, 경희대 예방의학 공동 연구팀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약 800억 건의 국민건강보험 의료이용 통계를 분석한 결과, 목디스크 환자는 해당 기간에 24.3%, 허리디스크 환자는 21.8% 늘었다고 밝혔다. 목통증의 경우 특히 20~30대와 10대에서 증가하는 추세인데, 젊은 사람의 목통증은 스마트기기 사용과 컴퓨터 사용 시간의 증가 때문이라고 한다.

넷째,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이 길어지고, 코로나19로 인해 운동하기 어려워지면서 방송계에서는 오히려 '신체'를 주제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었다. '뭉쳐야 찬다', '골 때리는 그녀들', '최강 야구', '국대는 국대다'와 같은 스포츠 예능뿐만 아니라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맨 파이터'와 같은 댄스 예능이나 최근에 종영한 '피지컬 100'을 들 수 있다. 신체 활동 예능이 열풍을 일으킨 이유는 여러 가지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기기 이용 증가로 인해 삶이 비활동적으로 되고 신체 활동 욕구를 충족하지 못해서, 스포츠 예능 방송을 통해 대리 만족하려는 이유도 크다고 생각한다.

외모와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 속에서 운동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잘 알지만, 스마트기기로 재밌는 콘텐츠를 즐기는 비활동적인 삶의 방식에 젖어들면서 운동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신체 주제 예능들 인기 '대리 만족'
움직여서 몸과 마음의 균형 얻어야


비활동적인 디지털 여가에 의존하면서 충족하지 못한 신체 활동 욕구를 스포츠 예능 방송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있다. 대리 만족은 자신이 원하는 건강과 외모를 얻기 위해 자기 몸을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통해서 얻는 것이다. 그런데 환상에서 깨어나면 자신이 원하는 것에 한 걸음도 다가가지 못했음을 깨달아 허무감만 커지고 몸과 마음의 균형도 깨져버린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외모, 건강, 운동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따르지만 반대로 스마트기기 과의존으로 신체 활동을 활발히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상황에 주저앉지 말고 몸을 움직여 몸과 마음의 균형을 얻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중요하다. 바야흐로 겨울이 가고 봄이 시작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힘차게 걸어보자. 이 몸을 더 움직여보자.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