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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중심부다. 인구나 규모, 예산 등 모든 면에서 서울에 버금가는 지역이다. 경기란 말은 왕의 직영지, 수도를 보위하는 울타리, 나라의 근본지지(根本之地)란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경기의 실상은 이 같은 언어적 의미와 한참 멀다. 서울과 가깝기에 서울의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누리며 서울에 버금가는 혜택을 받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경기는 규제도 많고 서울도 지방도 아니라는 모호한 위상으로 정책적 배려나 지방에 주어지는 지원 같은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중적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또 도의 특성상 직장이나 학교 등 서울이 주 생활무대이고 거주지만 서울 인근의 도시에 두는 경우도 많고 유입인구가 많기에 여타 지역에 비해 구성원들의 결속력이나 자기정체성도 그리 강한 편이 못된다. 특별한 사안이 아니라면 지역문제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중층성과 모호함은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도 지방도 아닌 중층성·모호함 지녀
도립·광역 개념의 설립 확실한 주체 없어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 문학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 경기다. 그러나 역시 중심부이되, 중앙은 아닌 또 서울도 지방도 아닌 특수지역이기에 풍요 속의 빈곤, 혜택 속의 소외가 있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경기란 이름을 내건 다양한 문화시설과 기관(미술관·박물관·재단) 등이 있다. 그런데 딱 하나 문학관이 없다. 인천을 포함하여 경기도민이 찾아갈 수 있는 문학관은 2017년을 기준으로 조병화문학관·만해기념관·한국근대문학관(인천)·강화문학관(인천)·노작 홍사용 문학관·청류재 수목문학관·육필문학관·황순원 기념관·진아 문학박물관·한국시문학관·박두진 문학관 등 모두 11곳이 있다. 접근성은 있으나 인천광역시는 경기가 아니므로 실제로 경기도의 문학관은 9곳에 불과하다. 2022년 기준 경기도의 인구수는 1천358만9천432명이며 31개의 시군구가 있다. 이 거대규모의 지역에 문학관이 고작 9곳이며,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도립(道立) 문학관은 아예 없다.  

 

많은 문학인들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이 부분은 나 역시 같이 궁금한 대목이어서 그 이유와 원인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다만, 추론은 해볼 수 있다. 경기문학관이라는 광역 개념의 문학관 설립을 추진하려는 확실한 주체가 없으며, 그동안 국립 문학관도 없는 상황에서 도립 문학관 설립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고, 출신 지역이 다양하고 작가회의나 문협 등 문학관(觀)이 다른 문학인들이 많아 단일한 대오를 이뤄 통일적인 목소리를 만들어내기 용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득표로 직결되지 않을뿐더러 문학에 대해 깊은 이해나 관심을 가진 단체장들이 거의 없었고, 문학관 건립에 따른 예상되는 다양한 목소리와 이에 수반되는 여러 복잡하고 부수적인 문제들도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창작실 기능·미래 작가 키우는 공간 돼야
문학인들 배려·복지 실천 의미로서 필요


그러면 문학관은 무엇이며, 문학관은 왜 필요하며, 문학관이 세워진다면 그 문학관은 어떠해야 하는가. 문학관은 '작가의 삶과 창작의 기억과 자취들을 간직하는 곳'이라는 기본적 의미 외에 문화유산인 작품들을 수집·보존·전시하는 아카이브 기능을 수행하는 문화시설이다. 지역에 연고를 둔 문학관은 지역과 관련이 있거나 지역 정서를 잘 대변하는 작가와 작품이 중심을 이루겠지만, 미래의 문학관은 단순히 아카이브와 전시 등을 중심에 둔 라키비움(Larchiveum) 즉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만으로는 부족하다. 작품의 수집·보존·전시를 넘어 작가의 창작실과 레지던시 기능은 물론 미래 작가를 키우는 도민의 공간이 되어야 하고, 장르문학은 물론 세계문학을 주도하며 K-리터러처를 이끌고 주도할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 이런 규모의 대표 문학관이라면 경기도가 추진해봄직하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아울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문학인들에 대한 배려와 문학복지(文學福祉)를 실천한다는 의미도 있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