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인 수원시청의 주장이자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주장 한수진(35)에게 2023년은 중요하다.
오는 4월 수원시 광교복합체육센터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 그룹B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대표팀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기 때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단일팀의 일원으로 경기에 나섰던 베테랑 한수진은 지난해 말부터 다시 대표팀으로 복귀해 아이스링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한국 대표팀이 강등 위기까지 갈 팀은 아닌데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해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IIHF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 그룹B 대회에서 1승 4패의 저조한 성적을 내며 6개 국가 가운데 5위에 머물렀다. 다행히 강등은 되지 않았지만 같은 아시아권 국가인 중국이 우승하며 디비전 1 그룹A로 승격하는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다.
경기장 밖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의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한수진은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다시 국가대표팀으로 돌아와서 뛰는 경기"라며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조금 있지만,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팀 생기고 이번 세계선수권 치러
관심과 도움 감사하며 운동 전념"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 임하는 한국 여자 대표팀의 분위기부터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한수진은 "디비전 1 그룹B 대회에서 우승하면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초로 2부리그(디비전 1 그룹A)로 승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우승하려는 의지가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진은 피아노 전공자다. 거친 빙판을 누벼야 하는 아이스하키와는 얼핏 상반되는 이력을 가졌다. 그는 "초등학교 때 반 친구들끼리 아이스하키를 하게 됐다"며 "이후에 주말에 한두 번 정도 하고 잊고 살았다가 대학교에 진학해 아이스하키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수진은 "특별한 목표가 있었다기보다는 그저 아이스하키를 계속하고 싶었고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치르게 됐다"고 했다.
한수진은 2018년 12월 창단식을 열고 탄생한 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원년 멤버로 지금까지 수원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도 한국에서 여자 아이스하키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지만, 수원시청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평창 동계올림픽 전과 달라진 점이다.
그는 "예전에는 소속팀 없이 대표팀에서만 운동했었는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수원시청팀이 생기고 나서 치르는 대회"라며 "예전에는 지금과 같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수원시체육회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와주시기 때문에 감사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수진은 매일 오전 광교복합체육센터 아이스링크에서 팀 동료들과 하키 스틱을 잡고 한국 여자 대표팀의 세계선수권 우승을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가 날리는 퍽이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역사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