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갑자기 늘어나 일정 기간 계속될 때를 탈모로 본다. 원인은 크게 유전 요인과 후천적 요인으로 나뉜다. 대체로 머리가 빠지기 전, 머리카락 두께가 얇아지는 전조 증상이 관찰된다. 이마나 관자놀이의 넓이가 늘어나거나 정수리 숱이 줄어든다. 샤워 부스 배수구가 전보다 더 자주 막힌다면 탈모 진행을 의심해봐야 한다.
남성은 이마 양쪽 가장자리부터 빠지는 M자 탈모가 많다. 알파벳 O자 탈모는 정수리 주변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는 경우다. 정도가 심한 U자 탈모는 이마 전체 라인 머리가 빠지는 것을 말한다. 정수리부터 앞머리 사이가 훤히 드러나는 '소갈머리' 탈모는 옆머리를 기른 뒤 역 빗질로 감추기도 한다. 유전적 요인이 적은 여성들은 정수리가 훤한 게 대부분이다.
전엔 40·50대 중년 세대 남성에 한정됐다. 최근엔 나이 성별이 따로 없을 정도로 확산하는 추세다. 병원을 찾는 탈모 환자 둘 중 한 명은 20대와 30대라는 보험기관 통계치도 있다. 이 중 20대가 20% 가깝다고 한다. 취업난에 주택 대란까지, 청년 세대가 스트레스에 찌들면서 머리카락 실종사건이 빈발하는 게다.
나이 지긋한 중년 세대도 탈모는 재앙이다. 나이가 최소 네댓 살 많아 보인다는 게 통설이다. 구미(歐美) 사회는 탈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당사자도 크게 낙담하지 않는다.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민머리를 하는 게 너무 흔해 유행이 아닌가 할 정도다. 머리카락이 말리면서 피부에 손상을 주는 흑인들은 멀쩡한 머리를 미는 이가 많다. 하지만 신체발부(申體髮膚)를 중시하는 유교문화권에선 삭발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서울 성동구가 청년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어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충남 보령시는 40대 이하 시민에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로 확산할 전망이나 찬반 여론이 갈린다. 위중한 질병에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탈모는 탈출이 어렵다. 증세를 늦추거나 자모 이식이 고작이다. '원숭이 머리가 된다'는 특효약은 넘쳐나는데 환자는 늘고 있다. 한 올 머리카락이 목숨보다 더 절실할 수 있다. 경험자가 아니라면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젊은 세대의 탈모 고민, 복지 항목에 추가돼야 마땅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