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120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구속된 건축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A(38)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3월3일자 4면 보도=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돌아오지 않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를 본 세입자들은 인천시와 정부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5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가구에 연 1~2%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거나 임시 긴급 거주지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 저금리 대출·거주지 제공
숨진 세입자, 대상자 해당 안돼
"퇴거명령 기다릴 수밖에" 토로
하지만 A씨는 두 가지 지원 방안을 모두 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 저금리 대출 지원 대상은 전세 계약 만료 시점에서 한 달이 지난 이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만 해당한다.
안타깝게도 A씨의 전세 대출 기간은 오는 10월까지여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A씨는 돈을 빌린 시중은행에 전세 대출 연장을 문의해 봤지만,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관계자는 전했다.
A씨가 살던 빌라는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다.
언제라도 집에서 쫓겨날 처지였던 그는 긴급 주거 지원 대상자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인천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도시공사(iH)의 긴급 주거 지원 대상자가 되려면, 경매에 집이 낙찰돼 퇴거 명령을 받고 주택도시보험공사(HUG)로부터 '피해사실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A씨처럼 경매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600가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보증금을 잃은 세입자들은 전세 계약이 만료되고 퇴거 명령을 받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미추홀구 한 전세사기 피해자 B(44)씨는 "같은 아파트에서 피해를 본 14가구 중 8가구는 피해사실확인서가 없어서 긴급 주거 지원을 신청하려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했다가 그대로 되돌아왔다"며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낙찰될 때까지 3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이를 기다리는 피해자들에겐 고통스러운 시간"이라고 하소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A씨 장례 절차가 이뤄지던 인천가족공원묘지 승화원을 방문해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대책에 사각지대가 있는지 세심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안상미 대책위원장이 "국토교통부나 주택도시보험공사, 인천시 등 관계기관이 피해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지원책을 논의할 수 있는 회의를 열어 달라"고 촉구하자, "조만간 회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