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합니다…
5일 오전 화마가 휩쓴 인천 동구 현대시장. 방화에 의한 화재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은 잿더미로 변한 점포를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화재로 큰 피해를 본 채소가게 상인 임옥수(62)씨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는 "불이 났다는 소식에 바로 시장으로 달려왔다. 가게가 불에 타는 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장사를 해야 먹고사는데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까스로 화마를 피한 상인들도 처지는 비슷했다. 상인 김명순(53)씨는 "바로 옆 점포까지 불길이 번졌는데 다행히 우리 점포는 무사했다"면서도 "화재복구에 시간이 걸릴 거고, 매캐한 냄새도 계속 나고 있다. 불경기에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인천 동구 현대시장은 전날 오후 11시 38분께 화재가 발생해 시장 점포 212개 중 55개가 불에 탔다. 소방당국은 인접 소방서 5~6곳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화재가 발생한 지 2시간여 만에 큰 불길을 잡은 소방당국은 5일 오전 2시23분께 완전히 불을 껐다. 가연성 물질이 많은 시장 화재 특성상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유정복 인천시장,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김찬진 동구청장 등은 이날 오전 화재 현장을 찾아 상인 구호 대책 등을 논의했다. 현대시장 상인회는 이 자리에서 화재 잔재물 신속한 처리, 임시 영업장 마련 등 대책을 요구했다.
인천시와 동구는 피해를 본 상인들에 대한 재난 위기가정 지원사업 연계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지방세 감면이나 납부 유예 방안, 대한적십자·전국재해구호협의회 지원 요청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화재 피해 복구와 안전 조치를 위해 특별교부세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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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중부경찰서는 이날 현대시장에 불을 낸 A(40대)씨를 일반건조물방화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시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 A씨를 피의자로 특정, 주거지에서 그를 붙잡았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시장 내 5곳에 불을 지르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현대시장 내 점포 3곳에 먼저 불을 지른 뒤 시장 밖으로 나와 교회 앞 쓰레기 더미와 주차된 트럭 짐칸에 방화한 것으로 파악됐다.경찰은 A씨가 라이터를 이용해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불을 지른 게 맞다"면서도 "술에 취해 왜 불을 질렀는지 나도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은 조사 중"이라며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주엽·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