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지난 2일 생산직 400명 채용 공고를 내자 수 만명의 지원자가 폭주하면서 홈페이지 접속 대란이 발생했다. 서류접수 마감일이 12일까지라는데, 지난해 기아자동차 기술직 채용 경쟁률 500대 1을 감안하면, 지원자가 10만명을 쉽게 넘길 기세란다.
현대차 생산직 입사를 위한 청춘들의 대소동. 이유는 명료하다. 평균 연봉이 2021년 기준 9천600만원으로 전체 근로자 평균 연봉의 2.4배이다. 정년을 보장하고 퇴직후 1년 추가 근무에, 현대차 30% 할인구매와 성과급은 덤이다. 골프를 즐기는 풍족한 삶을 보장한다. 꿈의 직장이다. 현대차 생산직을 '킹산직', '킹차갓산직'이라 우러러보는 신조어는 과장이 아니다.
현대차 생산직의 가장 강력한 복지는 노동조합이다. 국내외 자동차 생산량을 노사가 합의할 정도다. 노조가 생산직의 현장 복지를 알아서 살펴주고, 사측은 파업만 안해줘도 감지덕지 허리를 굽힌다. 10년 만에 뜬 생산직 채용에 청년들이 열광하는 건 당연하다. 서점에선 생산직 수험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면접 요령 등 합격 정보를 공유하려는 수다꽃이 만발한다. 채용 조건은 고졸 이상이지만 대학과 대학원은 물론 고학력 이직자들도 즐비할 테다.
현대차 킹산직 채용 대소동은 양질의 일자리에 목마른 MZ세대의 갈증을 보여준다. 직업의 귀천을 가리는 사농공상의 유교관이 무너진 지 오래다. 명문대 졸업생이 9급 공무원을 선택하고, 고스펙 지원자들이 시·군청 미화공무원 채용에 지원한다. 청년들은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직업을 원한다.
문제는 차별이다. 지난해 9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하루 파업을 단행했다. 정규 생산직보다 가혹한 노동을 수행하면서도 많아야 3천만원대 초반 연봉을 받는 현실을 개선해달라 요구했다. 제네시스 한대를 만드는 일을 하는데 대기업과 하청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천지 차이다. 킹산직의 꿈 같은 연봉은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의 희생 덕분이다.
킹산직 열풍은 노동 차별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십수만명의 지원자 중 선택받은 400명은 킹산직 철밥통의 전위가 되고, 탈락자는 노동 차별 현장에서 신음할 테다. 사회적 적대감은 더욱 깊어진다. 노동개혁의 명분이 더욱 뚜렷해졌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