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펴낸 '한국구비문학대계'(총 85권)는 이야기 문학의 보고요, 문화자원이다.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연구원과 함께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학연구실에서 펴낸 '한국구비문학대계' 등을 중심으로 1만여 편의 이야기를 분석하고 이 중에서 역사성·예술성·사회문화적 가치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모두 142편의 이야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추천 목록'으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단군신화', '주몽 설화', '바보 온달',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등 대중성과 대표성을 지닌 설화들이 포함돼 있다.
신화·전설·민담을 포괄하여 설화라고 하는데, 설화는 문학의 기원이자 한국문화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문화자원이며 민족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재다. 당연히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국가무형문화재로도 지정돼야 한다.
구비문학(口碑文學, oral literature)의 가치를 집대성한 근대적 연구로는 '그림 동화'로 널려 알려진 그림 형제의 '어린이와 가정동화'다. 독일의 법학자, 언어학자인 그림 형제는 1805년 무렵부터 독일의 전설과 민담을 조사하여 이를 책으로 펴냈다. 나폴레옹의 독일 침공으로 인한 극심한 내부 분열과 실의에 빠진 독일인들을 위해 그림 형제는 독일 전래 이야기에서 독일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다. 물론 그 배후에는 '일리아드 오디세이'나 '베어울프' 같이 문학사의 첫머리에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었기에 이에 대한 문학적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민족의식이 깔려 있다.
그림 형제의 동화집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정작 이를 문화콘텐츠로 가공하여 큰 돈을 벌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국가적 이념과 가치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미국의 월트 디즈니다. 월트 디즈니의 대표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그림 동화집'에 수록된 53번째 동화다.
이지연, 미아, 김규아, 윤희대 등 국내 그림책 작가 4명의 작품이 지난 6일 이탈리아에서 시행하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우리 드라마·영화·그림책·동화는 물론 일반문학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야기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재인식은 물론 보다 적극적인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