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국외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방안을 일본 측이 참여하지 않는 '제3자 변제' 방식으로 결정한 가운데(3월7일자 1면 보도=[뉴스분석] 일제 강제동원 역사 현장 '인천 재조명') 인천 거주 강제동원 피해자 등이 제기한 전범 기업 '후지코시(不二越)강재주식회사'(이하 후지코시) 관련 배상 소송이 대법원에서 3년째 계류 중이다.
■ 후지코시 강제동원 배상 판결 '하세월'
현재까지 알려진 인천 거주 '조선여자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는 6명이다. 근로정신대는 일제강점기 학교나 마을 단위로 국내외 각지로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이중 이자순(90) 할머니는 14세에 군산에서, 지난해 9월 별세한 고(故) 전옥남 할머니는 15세에 마산에서 조선여자근로정신대로 각각 일본 도야마현 후지코시 공장으로 강제동원됐다.
이들은 지난 2019년 후지코시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하는 일본 시민단체인 '호쿠리쿠연락회'가 인천 부평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제동원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중 일부(13명)는 2003년 일본 도야마 지방 재판소에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패소했다. 이후 이들을 포함한 피해자 23명은 2013년 국내 법원에 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다음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아 피해자들은 3년째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003년 패소후 2013년 다시 제기
2019년 승소후 다음 재판 안잡혀
원고 23명중 現 생존자는 10명뿐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남은 이들도 90대에 접어들었다. 현재 후지코시 상대 손해배상 소송 원고(23명) 중 생존자는 10명이다.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어르신들은 20년 넘게 싸워오며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며 "하루빨리 대법 판결이 나와야 마음에 짐을 조금이나마 더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방안대로 일본의 참여 없이 배상이 이뤄진다 해도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어르신들이 싸워온 과정을 지켜본 후손과 시민들이 있다. 일본의 사죄와 배상이 이뤄질 때까지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강제동원 인천 피해자, 확인된 인원만 4천802명
일제강점기 인천송현초등학교 교사였던 와카타니 노리코는 당시 일본으로 강제동원된 제자들을 찾아 나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94세였던 2019년이었다. 하지만 인천에 강제동원과 관련된 연구 자료가 부족해 결국 제자들을 찾지 못했다.
인천시는 그해 12월께 '대일항쟁기 조선여자근로정신대 구술기록 사업'을 추진했다. 인천시 의뢰를 받은 (사)인천겨레하나는 피해자 면담, 구술 영상 기록, 녹취록, 후지코시 공장이 있는 일본 도야마현 현지 조사 등을 통해 이듬해 12월께 '빼앗긴 나라, 잊혀진 존재'를 발간했다.
연구 결과 인천 피해자 1만여명
연구 결과 일제강점기 인천에 본적을 둔 강제동원 피해자는 4천802명에 달했다. 당시 행정구역이었던 '경기도 강화군'이 본적인 피해자는 5천830명이다. 인천에서만 약 1만명에 이르는 인원이 일제에 강제동원된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인천겨레하나 관계자는 "인천지역 강제동원 역사를 기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도 "아직도 미처 연구하지 못한 게 있다. 인천시 등 행정기관이 나서 강제동원 관련 연구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