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명의 사상자를 낸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만큼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가연성 자재는 'PMMA(폴리메타크릴산메틸)' 뿐만이 아니다. 'PC(폴리카보네이트)' 또한 지난 4일 55곳에 달하는 인천 현대시장 점포를 태웠을 만큼 화재에 취약하나 정부나 지자체는 아직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 방음터널의 PMMA 자재를 교체하는 것(3월6일자 7면 보도=방음터널 자재 교체 지지부진… '예산 부족' 핑계만)만으로 대형화재를 예방하기 어렵다며 근본적 대책을 요구한다.
인천 현대시장 점포 태울 만큼 위험
인화점 높고 가소성 낮단 이유 제외
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시군 지자체가 관리하는 방음터널 총 48개 중 19개는 PMMA 방음판이 자재로 쓰여 이번 정부의 전량 철거 및 교체대상에 포함됐으나 PC로 제작된 나머지 29개 방음터널들은 제외됐다.
PC도 동일한 플라스틱 종류지만 PMMA보다 인화점이 높고 가소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해 12월 대형화재를 일으킨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자재 역시 PMMA다.
하지만 PC도 PMMA만큼 화재에 취약해 충분히 대형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다.
도로교통연구원의 지난 2018년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 및 방재대책 수립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PC는 인화점이 450℃로 PMMA(300℃)보다 높고 가소성이 뛰어나 상대적으로 화재 확산 규모가 적을 수 있지만 일산화탄소(CO) 배출량은 130PPM으로 PMMA(150PPM)와 유사하고 연기 발생량은 1초당 3㎡로 PMMA(1초당 1.5㎡)보다 오히려 크다.
지난달 초 PMMA가 쓰인 전국 방음터널을 다른 자재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한 국토교통부도 PC에 대한 대형화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PMMA 관련 대책만 내놓았지만 PC도 대형화재에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내년 3월 나올 '터널형 화재 안전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PC에 대한 대책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PC로 제작된 방음터널에 대한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PC가 PMMA보다 조금 덜 탄다는 것뿐 위험성은 마찬가지라 자재만 놓고 따질 게 아니고, 밀폐된 터널의 공간적 취약성까지 전반적으로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당장 사고로 문제된 PMMA뿐 아니라 PC도 위험성이 커 자재를 교체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