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반이 최근 택시기사 강도 살인범 2명을 16년 만에 검거해 구속했다. 택시를 방화할 때 불쏘시개로 쓴 차량설명서에 남긴 범인의 쪽지문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사건 발생 당시엔 찾지 못했던 지문을 발전된 과학수사 기법으로 발견했다.
국내외 장기미제사건들의 범인들이 첨단 과학수사 기법으로 잡혔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에겐 연쇄 살인마 이춘재 사건이 가장 인상적이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은 30여년 동안 미궁에 빠졌다. 경찰이 30년 묵은 DNA로 범인을 찾고 보니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였다. 순순히 모든 범죄를 인정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추가적인 법적 처벌은 면했다. 그래도 유족들은 한을 풀었고, 화성시는 연쇄살인 사건의 오명을 벗었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은 과학수사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범인의 흔적을 찾지 못한 경찰은 해외에서 DNA 수사기법을 도입했고, 1994년 처제를 살해한 이춘재를 DNA 증거로 감옥에 가뒀고, 더 이상의 범죄를 막았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분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6년엔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해 프랑스 경찰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줬다.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의 수사관들은 지문, DNA, 혈흔, 탄흔, 토양 등 티끌 같은 증거를 분석하고,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범죄 현장을 재구성한다. 첨단 장비의 활약이 압도적이다. 과학수사의 현실을 과장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기술의 발전은 허구적 상상을 늘 현실로 만들어 왔다.
현재의 국과수 기술만으로도 1나노g(10억분의 1g)만 있어도 DNA 분석이 가능하다. DNA를 남기지 않는 범행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사각지대를 찾기 힘든 CCTV는 거대한 범죄자 포위망이다. CCTV가 축적한 거대한 생체 정보와 AI(인공지능)를 연결하면 안면의 특징과 보행 습관만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드론과 무인경찰차가 범인을 추격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과학수사 발전으로 완전범죄는 불가능해지고 흉악범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