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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동장군의 기세에 눌려 잔뜩 웅크리고 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바람이 포근해지고 햇볕도 따스해져 푸르고 여린 새싹들을 기대하게 한다. 이제 머지않아 많은 사람들과 반려 동물들은 산책을 하며 푸르름을 만끽할 것이다. 하지만 봄이라는 계절에는 절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숨어서 우리 반려동물들의 건강을 노리고 있는데 그 불청객은 바로 외부기생충이다. 풀숲과 잔디밭을 뛰어다니다 보면 풀속에 숨어 있던 벌레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반려견의 털을 헤집고 들어와 피부에 머리를 박고 흡혈을 하게 된다. 외부기생충이 흡혈하는 혈액도 아깝지만 이 과정을 통해 많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니 적극적인 외부기생충 예방이 필요하다 하겠다.

특히 조심해야 할 외부기생충과 그로 인해 발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들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그에 대한 예방법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대표적인 외부기생충으로는 모낭충, 벼룩, 이, 집먼지 진드기, 참진드기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주거환경과 생활 특성으로 인해 벼룩이나 이는 점차 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반면 진드기류는 녹지 확대와 야외활동 증가 등에 힘입어 오히려 그 위세를 키워가고 있는 형편이다. 진드기는 매우 작아 처음 감염 시에는 알아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피부에 붙어 흡혈을 하게 되면 몇 배로 몸이 커져 잘 보이게 되는데 만약 반려동물의 몸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직접 손으로 잡지 말고 핀셋 등을 이용하여 제거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이면 피부 표면에 가까운 머리 부분을 잡고 일정하고 균일한 압력으로 당겨 떼어내어야 한다. 진드기는 매우 견고하게 피부를 물고 있기 때문에 진드기를 떼어내는 과정 중에 잘못하면 머리는 피부에 그대로 박혀있고 몸통만 떨어져 나올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심한 피부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으므로 병원에 방문하여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진드기 2차감염 목숨 잃을 수도
가급적 풀 있는곳 가지말고
산책후 빗질 꼼꼼히 살펴야


진드기 등에 감염되면 알레르기를 비롯 각종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2차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진드기 매개 전염병으로, 경우에 따라 목숨마저도 앗아갈 수 있어 진드기에 물린 후 이상증상을 보일 경우 반드시 동물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받아야 한다. 바베시아감염증, 라임병, 에를리히증 등이 대표적인 진드기 매개 전염성 질환으로 대개는 수일에서 보름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게 되며 식욕부진, 기력소실, 발열, 구토, 설사 등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진드기 매개 전염병만의 특징적인 증상이 아니라 보편적인 증상이므로 초기 진료 시 진드기에 감염된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경우 진단과정에 혼란이 오고 그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향후 빈혈이나 관절염, 사지마비, 경련 등 매우 심각한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산책을 자주 하는 반려견이라면 보호자가 진드기 감염에 대해 세심하게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진드기 매개 전염병의 진단은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며 오진율 역시 높았지만 요즘에는 키트검사뿐 아니라 PCR 검사를 통해 많은 진드기 매개 전염병에 대한 신속·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 만큼 진드기와 관련하여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외부기생충 예방약으로 철저 관리


그렇다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처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정확한 답은 풀이 있는 곳을 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힘든 일일 것이다. 우선 산책후 촘촘한 빗으로 가르마를 타듯이 빗질을 하며 진드기가 붙어있지는 않은지 온몸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더불어 시중에서 판매하는 해충 접근 방지 제품 등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외부기생충 예방약으로 철저하게 관리해주는 것이다. 먹는 약은 물론 몸에 바르는 약등 다양한 약제가 있으므로 동물병원에 방문하여 상담을 통해 내 반려동물에게 가장 알맞은 제품을 추천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 봄 외부기생충 예방을 통해 안전하고 즐거운 산책을 추천해본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