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대출 연장이나 긴급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경매 절차가 끝나기 전에도 '전세피해확인서'를 발급하기로 했다. 정부 대책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인천시, 미추홀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관계 기관과 미추홀구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 피해자들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방안을 만들었다. → 그래픽 참조
국토부는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피해확인서를 경매 절차가 끝나기 전이라도 보증금 피해가 확실한 경우 '조건부 확인서'를 발급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경매 절차가 끝나야 피해확인서를 받을 수 있었다. 피해확인서는 저리 대출과 긴급 주거지원 등을 받을 때 반드시 필요한 서류다.
피해 확실땐 '조건부 확인서' 발급
'긴급 주거지원' 월세 제도도 개선
지난달 28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세사기 피해자 A(38)씨는 경매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피해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긴급 주거지원이나 저리 대출 대상에서 제외됐다(3월6일자 6면 보도="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하라" 울부짖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
정부는 긴급 주거지원 절차도 개선했다. 긴급 지원 주택에 입주하는 피해자는 6개월 치 월세를 한 번에 내야 했는데, 정부는 제도를 수정해 매월 납부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긴급 지원 주택 거주 기간(최장 2년) 이후에도 일상으로 복귀가 어려운 피해자들에게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자신의 전셋집을 낙찰받은 피해자가 이전에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다면, 디딤돌 대출(금리 0.2%p 인하)과 보금자리론(LTV 10%p 완화) 등 생애 최초 우대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임대인이 숨지거나 행방불명 등으로 연락이 닿지 않아도 전세대출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전세대출 보증기관(HUG·한국주택금융공사·SGI서울보증)과 시중은행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 예방과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비대면 또는 전국 500여 개 협약센터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대책위 "해결 아니라 유예하는 것"
대책위는 정부의 추가 지원책과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입장문을 통해 "추가 대책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이라기보단 '유예'하는 대책"이라며 "법무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전담팀(TF) 운영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미 경매가 마무리돼 집을 옮겼거나 정부 지원 전환대출이 시행되는 5월 이전 경매 절차가 완료되는 피해자, 주거 용도로 신고되지 않아 임대차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린생활시설 거주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대책위는 "피해자 선(先)지원 후 임대인에게 구상권 청구, 경매 절차 일시중지 방안 마련, 보증금 채권 매입이나 피해주택 매입 정책 도입, 전세사기 피해자 맞춤 금융 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책위가 지난 6일 추산한 피해 가구는 3천131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미 경매가 끝났거나 진행 중인 집은 1천18가구다. 대책위에 가입한 431가구 중 132가구는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