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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정치현수막을 마주하는 시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총성 없는 현수막 전쟁은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12월11일부터 시작됐다. 정당마다 신고·허가절차 없이 정치적 현안이나 정책이 담긴 현수막을 최대 15일간 마음껏 내걸 수 있게 됐다. 수량은 무제한이다.

당연히 주요 길목에 현수막이 쏟아져 나왔다. 내용은 점점 진화했다. 초창기에는 난방비 등 민생정책을 놓고 점잖게 맞서는가 싶더니 요즘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순신판 더글로리, 연진아 네 아빠도 검사니' 현수막과 국민의힘의 '이재명판 더글로리, 죄지었으면 벌 받아야지' 현수막이 같은 공간에서 감정적으로 대치한다. 민주당은 검찰을 조폭에, 국힘은 노조를 조폭에 비유한다. 대통령을 '이완용'으로, 야당 대표를 '깡패'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정치현수막이 아니라 비방현수막의 고삐가 풀린 것이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공직선거법 취지가 무색해진다. 합성수지를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환경정책도 거스르고 지자체의 도시미관정책도 헛수고로 만든다. 평범한 시민은 허가를 받아 정해진 기간 지정게시대에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가장 큰 문제는 '관람등급'이 없다는 것이다. 명당은 죄다 차지한 까닭에 유·초·중·고생의 눈에도 쏙쏙 들어온다. 심지어 학교 앞까지 합법적으로 침투했다.

 

최근 김포시 사우동 학원가 건물에 '친일매국 굴종외교 꺼져 2××야!'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이 붙었다. 이 현수막은 건물 공동소유주인 60대 민주당원이 내걸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욕설 섞인 정권퇴진촉구 현수막을 걸었다. 보수진영에서도 건물 주변에 맞불현수막을 거는 등 당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이번에는 이슈가 그때만큼 확산하지 않고 있다. 훨씬 자극적이고 가독성 좋은 정치현수막에 가려지는 분위기다. 이런 거 왜 허용했을까.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