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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개막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우승 배당은 16배였다. 미국 방송사가 예측한 전망에서다. 100원을 걸면 1천600원을 준다는 것으로, 우승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주최국인 미국 3.6배, 도미니카공화국 3.75배, 일본 5.5배 순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팀 전력이 출전국 중 10위에 랭크됐다고 밝혔다.

1·2회 대회 4강과 준우승을 수확한 우리 대표팀을 향한 박한 평가가 현실이 됐다. 첫 경기에서 호주에 8대7로 역전패해 충격을 줬다. 숙적 일본과는 콜드게임 위기에 몰리며 13대 4로 대패했다. 약체 체코에 승리했으나 소방공무원, 회사원으로 꾸려진 사회인야구 선수들에 석 점을 내주는 졸전이었다.

투·타 모두 기대 이하였다. 노장과 신예가 동반 부진했다. 투수진 전원이 난조에 빠진듯한 경기력이 아쉬웠다. 일본전에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1·2회를 틀어막았으나 순번이 한 차례 돌면서 난타당했다. 뒤를 이은 구원진은 단타에 홈런까지 돌아가며 뭇매를 맞았다. 타자 셋에 연달아 볼넷을 내주는 등 사사구를 9개나 남발했다. 중·고교 야구에서도 보기 힘든 실망스런 장면이다.

선수들 기량부족에 더해 감독의 전략 부재와 용병술도 불쏘시개가 됐다는 비판이다. 8강을 위해선 첫 상대인 호주전이 중요했으나 에이스를 내지 않았다. 일본전에 대비한 것이나, 반드시 1승을 챙겨야 하는 절실함을 망각한 오판이었다. 예상과 달리 첫 경기를 내주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일본전에서 침몰했다. 가벼운 몸놀림을 보인 선수들이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 점도 아쉽다는 반응들이다.

그간 잊고 살았다. 2013년과 2017년 WBC에서 우리 대표팀이 예선에서 짐을 쌌던 쓰라림을. 경쟁력을 잃은 한국야구는 어느새 변방이 됐고, 잔칫상을 기웃하는 들러리가 됐다. 배팅볼을 던지고, 헛스윙을 하며 민낯을 드러냈다. 고작 동네북 전력으로 '목표는 4강'이라며 호기를 부렸다.

KBO 리그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도쿄 참사에 팬심이 차갑게 식었다. 날씨마저 외면해 관중석이 허전했다. 방송인 양준혁은 "내가 본 최악의 경기"라며 "(선수단은)배 타고 오라"고 일갈했다. 야구 선배의 애정 어린 죽비소리다. 한국야구 다시 시작해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