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11년째 광역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이영묵(73)씨는 "지금처럼 현장 상황이 심각한 적은 없다"며 말문을 뗐다. 이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심각해진 광역버스 업계의 어려움을 매번 체감한다고 했다. 그가 운행하고 있는 인천~강남 노선의 운행 허가 (버스) 대수는 총 14대. 이 중 7대는 차고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량을 운전할 기사가 없기 때문이다.
광역버스 운수종사자 이탈은 코로나19 이후 가속화했다. 승객 수가 감소하면서 광역버스 업계 전체에 불황이 찾아왔고, 광역버스 기사들의 처우는 열악해졌다. 광역버스 기사들은 배달운수업계 또는 준공영제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임금이 지급되는 인천 시내·마을버스 등으로 떠나갔다.
지금 상황은 비단 운수종사자만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 하루에 운행되는 버스가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절반 정도 줄어들면서 배차 간격은 당초 10분 내외에서 현재 1시간가량으로 늘어났다. 입석은 기본이고, 버스를 못 타는 승객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이영묵씨 설명이다.
이씨는 "준공영제가 이뤄지고 있는 시내·마을버스는 한 달 최대 근무 일수가 11일이고 광역버스는 13일이다. 근무 일수는 광역버스가 더 많은데 한 달 급여는 시내·마을버스가 100만~150만원 정도 더 많다"며 "누가 광역버스 기사를 하러 오겠느냐"고 했다.
이어 "예전엔 그래도 화물차나 버스 경력이 있는 사람을 기사로 뽑았는데, 요즘엔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뽑아 며칠 교육하고 투입하는 수준"이라며 "경험이 없거나 나이 먹은 사람이 입석으로 가득 찬 버스를 끌고 고속도로를 달린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發 불황·처우 열악에 가속화
노사협의 막바지 의견수렴 후 확정
市 "6~8월중 용역 재정지원안 마련"
앞서 광역버스 노조들은 준공영제 도입을 촉구하며 파업을 예고(1월17일자 1면 보도=평행선 달리는 노사… 인천 광역버스, 10년만에 파업 돌입하나)했다. 노사 그리고 인천시 간 협상이 결렬되며 총파업 위기에 놓였는데, 최근 극적으로 타협의 길이 열린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광역버스 노사와 협의 막바지 단계에 있다. 인천시가 광역버스 업계 처우 조정안을 광역버스 노사에 제시한 상태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인천시가 제시한 조정안의 핵심은 '준공영제 도입'이다. 인천시는 내년 하반기에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준공영제 운용 방식은 두 개다. '노선입찰제'는 버스 노선을 지자체가 소유하고, 입찰을 통해 버스회사에 일정 기간 노선 운영권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수익금 공동관리형'은 노선 소유권이 사업자에 있다.
버스운송사업자의 운송수입금 부족액을 지자체가 보전해 주는 대신 노선 조정권은 지자체가 가진다. 지자체가 승객 편의에 맞춰 노선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천시는 직행좌석버스에 수익금 공동관리형을, 광역급행(M버스)에는 노선입찰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준공영제는 버스운송사업자의 운송수입금 부족액(적자)을 지자체가 보전해주는 것으로, 적자의 기준을 어떻게 둘 것인지는 과제로 남았다. 앞서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예산이 매년 늘어 인천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인천시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용역'을 시행해 적정 수준을 산출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광역버스 운수종사자에게 매달 지급하고 있는 처우개선비(28만원)를 올리고, 당초 오는 4월까지였던 지급 기간도 연장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오는 6~8월 중 준공영제 도입 용역을 진행해 합리적 수준의 재정 지원 방안을 찾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광역버스 요금 인상은 서울시 수준에 맞춰서 진행하고, 준공영제 시행 전까지는 처우개선비 등으로 광역버스 업체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