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jpg
인천항 개항은 인천을 국제도시이자 관문도시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일제 국권 침탈을 앞당겼다는 역사적 평가도 공존한다. 사진은 13일 오후 인천 중구 옛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인천개항박물관 모습. 2023.3.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올해 인천항 개항 140주년을 맞아 당시 인천 상황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천항 개항은 우리나라 근대화에 큰 역할을 했지만, 일제 식민지화를 앞당겼다는 양면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과거 역사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논의하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은 국제항만·공항을 기반으로 국제도시와 다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데다, 인천항(제물포)에서 공식 이민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재외동포청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방안으로 일본이 빠진 '제3자 변제'를 내놓으면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인천항 개항 140주년이 가진 의미는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은 1883년 인천항을 열면서 외국 인적·물적 자원을 교류하는 토대가 구축됐다. 인천항 일대 제물포 지역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사회·경제·정치 중심지로 성장했지만, 일제 수탈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명과 암이 분명하다.

인천시가 '제물포 르네상스'(인천 내항 일대 재개발사업)를 계기로 인천항 일대를 지역의 중심지로 다시 활성화하려고 하는 만큼, 개항 140주년의 의의를 살펴보는 것이 주요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대사회 문화 형성하는데 기여"
일제 전진기지 역할… 명암 엇갈려
강제동원 보상 논란, 의미 더 커져


인천항 개항은 역사적으로 근대화와 식민지화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평가가 나뉘고 있다. 각국이 교류하는 곳으로 국내 최초 등대, 근대식 공원, 호텔 등이 들어섰고, 상권이 형성돼 경제활동이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인천항 강제 개항은 일본이 식민지화를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역사적 평가도 있다. 이후 인천항은 일본의 전쟁을 위한 군수물자 보급 창구 역할도 했다. 이는 곧 아직까지 매듭짓지 못한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천항 개항 140주년을 맞아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다는 의미다.

김창수 인하대학교 초빙 교수는 "인천항 개항은 근대화를 촉진해 현대 사회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지만, 식민지화를 촉진했다는 점에서 양면성이 분명하다. 특정한 관점만 부각해선 안 된다"며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처럼, 인천항 개항 140주년을 맞아 오늘의 관점에서 '개항은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기회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장은 "인천항은 여러 지역 중에서도 수도로 통하는 가장 빠른 곳이라는 점에서 지정학적 요충지였다"며 "개항으로 외국 배가 들어오면서 (이후) 인천항을 통한 이민이 시작되는 등 다양한 역사와도 연관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인천항 개항은 부산(1876년), 원산(1880년)보다 다소 늦은 1883년 이뤄졌다. 당시 조선은 통상 수교 거부 정책을 펼쳤지만, 일본이 1875년 강화도를 공격한 뒤 체결한 강화도 조약으로 3개 항구를 일본에 개방하게 됐다.

인천항 개항 이후 조선은 청일전쟁(1894~1895), 러일전쟁(1904~1905) 등 국권 침탈을 노린 외세의 다툼 속에 휘말리게 됐다. 인천항을 개항한 지 22년이 지난 1905년 일본은 대한제국 외교권을 빼앗고 1910년 대한제국을 식민지화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