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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의 큰 별이 졌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높은 문학정신을 보여준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2023)가 13일 88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어 일본 작가로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은 1958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사육(飼育)'을 비롯해서 '만엔 원년의 풋볼', '개인적 체험' 등을 꼽을 수 있다.

흔히 '개인적 체험'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알고 있으나 노벨상은 작품에 주는 상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는 상이므로 '개인적 체험'을 수상작이라고 하는 것은 대중적 오해이며, 출판사의 상술로 보면 된다. '개인적 체험'은 1964년 발표되자마자 신쵸사(新潮社) 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 술에 의지한 채 학원강사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은 막 태어난 아들이 머리에 기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를 기를 것인지 안락사를 선택할 것인지를 두고 깊은 고민과 갈등에 빠진다. '버드', 즉 새라는 "유치한 별명"을 지닌 주인공은 번민 끝에 아기를 수술시키기로 결심하고, 수술을 결행한다. 수술 결과 희귀병이 아닌 단순 혹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진다. 자신의 실제 가족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압권이다. 주인공 '버드'와 '기쿠히코'는 단편 '불만족'에서 이미 나온 인물들을 재등장시킨 것으로 정신적 '성장' 또한 그의 중요한 문학적 주제다.

'만엔 원년의 풋볼'은 갈 길을 잃은 청춘들의 방황을 다루고 있는 듯하나 실상은 사회파 소설이다. 안보 투쟁에 참가했다 진압대에 맞아 정신이상자가 돼 자살한 친구를 부러워하는 주인공 네도코로가 동생 다카시의 권유로 만엔 원년에 농민 봉기를 일으킨 증조부의 전설이 살아있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버무리는 원숙함도 일품이지만, 재일조선인문제·알코올 중독·안보 투쟁·근친상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결말 부분의 반전이 작품의 백미다.

불문학자답게 사르트르에 심취했으나 실존주의를 넘어서 일본 우경화와 부조리에 대해서 비판적이었고, 한국에 대해 깊은 지지를 보낸 지한파 진보 작가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