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120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속칭 '건축왕'(2월21일자 6면 보도)이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5부(부장검사·박성민)는 15일 인천지검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건축업자 A(61)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B(46)씨 등 6명을 사기 혐의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고, 총괄실장 역할을 한 C씨 등 3명을 구속해 수사 중이다.
檢, 구속기소… 125억 가로챈 혐의
보증금 등 모아 새 건물 신축 수법
현재까지 피해 변제 이뤄지지 않아
A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161명에게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는 2009년 무렵부터 지인 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지은 뒤, 전세보증금과 주택 담보 대출금을 모아 새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보유한 주택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 2천700여 채에 달한다.
그는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보조원)들을 고용하고, 이들 명의로 5~7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본인이 소유한 주택에 대한 중개를 전담하도록 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계약 체결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A씨 일당은 대출금과 전세보증금 수입에만 의존해 대출 이자, 직원 급여, 보증금 등을 돌려막기 하던 중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처지가 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께부터 A씨 소유 주택의 경매가 시작됐는데, 공인중개사 등은 이 같은 사정을 숨기고 임차인들과 전세 계약을 체결해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기준 690여 채가 경매로 넘어갔는데, 공인중개사들은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해 주는 방법으로 세입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피해 변제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법원은 경찰이 A씨와 함께 C씨 등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두고 "피의자 가담 정도와 취득 이익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으나, 검찰이 보완 수사를 벌여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 지난 13일 C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임차인 보호와 공인중개사의 공정 의무를 저버린 채 사업 확장을 위해 다수의 서민 피해자를 양산한 것"이라며 "피해자 가운데 청년, 신혼부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상황 등에 따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천경찰청과 협력해 현재 경찰에서 진행 중인 공범과 추가 피해자들에 대해 신속히 수사하겠다"며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피해 회복을 양형의 최우선 요소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