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협성대교수.jpg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Q1. 어느 과일일까?

-세상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식량)이다. 조만간 사라질 과일이다.

Q2. 어느 동물일까?

-지상 포유류 가운데 가장 빨리 달린다. 조만간 사라질 동물이다.

Q3. 어느 나라일까?

-다름을 틀림으로 알고, 세계관은 미·일·중 세 나라에 머문다. 조만간 사라질 나라다.

좀 황당한 질문이었다면 용서하시라. 이젠 질문에 명쾌히 답할 차례다. Q1은 평소 즐겨 먹는 달콤한 '바나나', Q2는 동물 중 가장 빨리 달리는 '치타', Q3은 참담하게도 '한국'일 가능성이 높다. '바나나, 치타, 한국'이 머잖아 사라지는 (그 가능성이 높은) 근본 이유는 뭘까? 바나나·치타는 종(種)의 다양성(diversity)이, 한국은 사고의 다양성이 부족해서다.

한국 '사고의 다양성 부족' 위기감
작년 출산율 '0.78명' 섬뜩한 수치


우린 지금 변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한 시대를 산다. 다양성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게 부족하면 문화, 교육, 경제, 창의력 등 어느 것 하나 균형을 못 이뤄 스펙트럼을 넓히기 힘들다. 정책도 다양성이 퇴색되면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건 아무도 생각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만의 경구다. GM의 CEO였던 알프레드 슬론도 거든다. "이걸로 전원일치를 봤다고 생각해도 좋은가?" 슬론의 물음에 회의 참석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슬론은 덧붙인다. "의견 대립과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뤄질 시간이 필요해 최종 결정은 다음 회의 때까지 연기하는 걸로 하겠다."

의견 대립이 없을 땐 의사결정을 멈춰야 한다는 충고다. 경영에서 만장일치의 의사결정은 위험하다. 쌍방 견해가 생산적으로 대립·충돌하고, 이질적 관점이 대화를 거쳐 해결되며, 다양한 대안 중에서 선택이 이뤄질 때 비로소 경영은 시작된다.  

 

삼성전자·현대기아차만 투자 늘려
여러가지 라인업 구성 미래 구축을
'다양성' 공기·물처럼 생명 필수조건


국력은 인재 다양성과 직결된다.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SKY대' 합격자 중 29%가 등록을 접고, 복수로 지원한 타 대학의 의과계열로 옮겨갔다. KAIST 등 이공계 특성화대학에서 근래 5년간 1천여 명이 의대 진학을 꿈꾸며 자퇴했다. '닥치고 의대'가 말하듯 의대 쏠림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퇴색시켜 미래를 죽인다. 도전·혁신보다 안주·기득권을 탐하는 짙은 그림자다. 더해 합계출산율 0.78명(2022년)이란 섬뜩한 수치는 인재 다양성 부족을 초래할 특급 재앙이다. 지옥이 빤히 뵈는데도 애써 모른 체하며 모두가 돌진 중. 소는 누가 키우나!

산업계로 가보자. 지난해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의 매출액은 300조원과 228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2천57조원의 14.5%와 11.1% 규모다. 둘을 합하면 GDP의 4분의1을 넘는 매출액이다. 그래선지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만 보인다. 실제로 투자를 크게 늘리는 곳은 이들뿐이다. 현대차 생산직을 '킹차 갓산직(현대차+생산직)'이라 부를 만큼 노동시장 양극화는 심각하다. 최고의 기업일지언정 창출하는 국내 일자리·부가가치엔 한계가 있는 법! 자칫 두 회사가 기침이라도 한다면, 한국은 독감에 걸리고, 국민은 폐렴을 앓아 줄줄이 입원할 처지다.

수출품목은 또 어떤가. 수출품목 1·2·3위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으로 채워진다. 경쟁국의 수출품목이 다양화하고 있는데 반해 주요 수출품목은 20년 전이나 현재나 여전히 같은 얼굴이다. 무역수지가 12개월 연속 적자인데, 반도체를 포함 주요 수출품목의 감소세가 원인이다. 소수 수출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건 품목 다양성이 결여된 탓! 또 수출은 대기업에 쏠려있어 한국형 히든챔피언(강소기업) 육성도 힘들다. K팝·K무비·K웹툰과 같은 K콘텐츠와도 연계해 새판을 짜라.

'BCG 매트릭스'는 일러준다. '별 사업(높은 성장세)과 현금젖소 사업(주요 수입원), 물음표 사업(미지수), 개 사업(퇴출 예정)'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해 기업(산업), 경제 나아가 국가의 안정적 미래를 구축하라. 이제 '다양성 결여'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야 한다. "다양성은 생명의 특징이 아니라 공기와 물처럼 생명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배리 로페즈)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