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9회 새얼아침대화 강연-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5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열린 제429회 새얼아침대화 연사로 나섰다. 그는 이날 '미·중 분쟁과 지정학의 시대, 한국 경제의 길'을 주제로 강연했다. 2023.3.15 /새얼문화재단 제공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우리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분쟁은 세상을 세계화 시대에서 지정학 시대로 이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주최로 15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열린 제429회 새얼아침대화 연사로 나온 지만수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분쟁과 지정학의 시대, 한국 경제의 길'을 주제로 강연했다.

지 연구위원은 세계화와 지정학 시대의 차이를 설명하며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세계화 시대는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든 경제 활동이 가능했지만, 지정학 시대에서는 비경제적 요소가 개입한다는 게 지 연구위원 설명이다.

그는 "세계화 시대는 정치적 가치와 규범 상관없이 중국과 구소련, 심지어 북한과도 다양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던 시대"라며 "지정학 시대에서는 자유무역의 범위가 줄고, 보호무역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공급망 역시 불안해졌다는 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정학시대 보호무역 다시 등장
中거대국유기업 '글로벌 존재감'
자유무역 한국, 잠재적위협 받아


지 연구위원은 중국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내세운 것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더 발전시키겠다는 말은 중국의 거대한 국유기업 집단이 자기 영역을 넓혀간다는 뜻"이라며 "중국 국유기업들은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35개를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국유기업들은 정부가 뒤에 있어 망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업 기회가 왔을 때 민간기업과 달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를 도와주니까 다른 (나라) 기업들 입장에서는 불공정한 상황"이라며 "미국이 정치적 힘을 동원해 이를 막아버리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 연구위원은 중국 국유기업 체제에서 잠재적 위협을 가장 강하게 받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제조업 수출국으로서 자유무역이 중요한 나라다. 미국에 자유무역을 망가뜨리면 안 된다는 얘기를 계속 해야 한다"며 "국유기업 체제가 갖고 있는 불공정은 매우 문제라는 점을 중국에 강력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한국처럼 미·중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라가 190개가 더 있다"며 "190개 나라와 같은 고민을 나누며 미·중 문제에 대처하는 게 지정학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접근 방식 중 하나"라고 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강연에 앞선 인사말에서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나라가 그다음이고, 임금은 경(輕)하다. 임금 자리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얘기를 그 당시에 했다"며 "민주화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우리는 그분의 사상을 가졌다는 것, 서양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그런 사상을) 가졌다는 걸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