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총각 선생님이 부임했다. 19살 섬 색시는 한 눈에 반해 순정을 바쳐 사랑한다. 짝사랑일테다. 선생님은 뭍을 그리워하며 바닷가에서 시름을 달랠 뿐이고, 섬 색시는 그가 훌쩍 떠날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간절히 외친다.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떠나지 마오." 이미자의 '총각 선생님'이다. 한 장의 스틸 컷 같은 서사에 담긴 섬 마을의 그리움과 결핍이 강렬하다.
해당화의 섬 백령도에 총각 선생님보다 훨씬 반가운 사람이 찾아온다. 주민들이 학수고대했던 약사님이다. 지난해 8월 하나뿐인 약국이 문을 닫자 주민들의 불편이 말도 못했다. 병원과 보건소가 있지만 약국이 없으니, 진료와 처방이 무의미해졌다. 5천여 명의 주민들이 편의점 상비약으로 근근이 버텨왔다.
지방자치의 힘인가, 옹진군이 나섰다. 민간약국 운영비용 지원 조례를 만들어 옹진군 섬 마을에 약국을 개업할 약사를 모집했다. 다행히 최영덕 약사가 백령도 개업을 지원해 이달 안에 약국이 개업할 예정이란다. 옹진군이 약국과 주거지 임차료의 80%를 지원해준다 하지만, 연고도 없는 섬 마을 약국 개업은 최 약사 말대로 "의료봉사를 한다는 생각"이 아니면 감행하기 힘들었을 테다.
하지만 약국 개업의 행운은 서해5도 중에 백령도에만 그쳤다. 대청도, 소청도, 대연평도, 소연평도는 약국 개업 지원 약사가 전무하단다. 뭍과 가까운 덕적도, 자월도 역시 사정은 같다. 옹진군은 약사회를 통해 약사들을 수소문하는 모양이지만, 이문이 없는 약국 운영을 감수할 약사가 흔할리 없다. 백령도 최 약사도 일흔을 넘긴 고령이라 경제적 고려 없이 결심했을 테다.
병원과 약국이 없는 읍·면과 도서지역은 의약분업에서 제외된다. 약국이 없으면 병원에서 약을 주고, 병원이 없으면 약국이 처방전 없이 약을 판매해도 된다. 옹진군 도서지역도 의약분업 예외지역이다. 하지만 보건소 운영시간은 짧고, 돈 안되는 약국을 차릴 약사도 없다. 결국 행정의 적극 개입 외에는 답이 없다는 얘기다.
중앙정부처럼 지방정부도 약사를 약무직 공무원으로 채용해 공공약국을 운영하거나 보건지소에 근무시키는 방안은 어떨까 싶다. 이런데 쓰라고 만든 서해5도지원특별법과 서해5도종합발전계획이 있다. 총각 선생님보다 귀한 섬마을 약사님, 노래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