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찾은 대만 가오슝시 보얼(駁二)예술특구. 오후 3시가 되자 관광 명소인 '다강교(大港橋)'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선석과 선석을 연결하는 다강교는 너비 5~11m, 길이 110m의 대만 최초 수평 회전 경관다리다. 550여 명의 사람과 자전거가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 설명이다.
다리 중앙부엔 전망대가 있어 가오슝항 경관을 즐길 수 있다. 평일 기준 오후 3시 한 차례 다리가 회전하는데, 다리가 90도로 돌아가면 선박의 통항이 가능하다. 다강교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보얼예술특구를 오가고, 동시에 새로움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지난 2020년 조성됐다.
보얼예술특구는 물류 기능을 잃은 가오슝 항만 지역 창고들을 예술·창작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현지 관계자 등에 따르면 100여 년 전 본격 운영된 가오슝항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형 화물선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수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약 30~40년 전부터 화물 하역 등 물류 기능이 인근 외곽 지역 항만으로 이동하게 됐다.
항만 지역 창고들이 방치되는 등 그 일대는 슬럼화됐다. 2000년대 들어 지역 예술가들의 활동 공간으로 조금씩 활용되면서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2006년께부터 가오슝시 당국이 특구 운영을 맡으면서 더욱 활성화됐다.
예술가 활동공간으로 활력 되찾아
月30만명 발길 경전철 편리 더해
담배공장 '송산 문창원구'도 부활
다양한 공연과 전시, 축제 행사가 이곳에서 열리면서 월평균 30만명이 넘는 시민과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명소가 되고 있다. 경전철이 이 일대를 지나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현지 관계자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보얼예술특구를 지속해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시설 노후, 기능 재배치 등 문제로 사용하지 않게 된 건물을 문화시설로 다시 활용하는 경우는 대만 타이베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송산 문창원구'다. 이곳은 1930년대 조성된 대만 최초의 담배공장을 2011년 문화예술 복합시설로 새로 조성한 공간이다. 문화예술 활동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소품 등도 제작·판매할 수 있어 많은 청년이 활용하고 있다.
인천 내항 인근에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을 이와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서구 문물 도입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중구 해안동 일대 창고와 근대건축물 등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시설로 조성한 공간이다. 체류 작가를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전시장, 공연장, 작업실 등으로 구성됐다.
이곳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산업 변화에 따라 용도를 잃은 건물을 다시 활용했다는 점에서 대만 사례와 비슷하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 내항 일대를 역사와 산업, 해양관광 공간으로 재개발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 추진 지역과 인접해 있다.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선 인천아트플랫폼과 같은 문화자원을 연계하고 확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특히 인천은 근대건축물 철거·보존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역사성이 있는 건물들을 보존해 문화·관광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인천시와 지역사회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