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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가 15일 경기 남부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침체 속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기술의 초격차를 성사시켜,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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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 대들보 반도체 수출 '악전고투'에 정부, 대책 카드
파운드리 중심 팹리스 등 생태계 구축…삼성 주도 300조 투자


■ 고전하는 반도체, 승부수 건 정부


=반도체는 경기도는 물론,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요소이지만 현재 전 세계적인 업황 부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원세관이 이날 발표한 '2월 경기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경기도의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50.5%가 줄었다.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50%대 감소율을 보인 것이다.

이는 전세계적인 반도체 가격 하락 때문이다. 수원세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 고정가격은 지난해 5~6월엔 3.35달러였지만 올 1~2월엔 1.81달러까지 내려가면서 반토막 수준이 됐다. 낸드플래시 고정가격도 지난해 1~5월엔 4.81달러였지만 1년 만인 올 1~2월엔 4.14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런 상황 속 산업 활성화 방안에 고심하던 정부는 세계 최대 규모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경기 남부지역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 실리콘 쉴드 역할 하나?

=반도체 클러스터가 '실리콘 쉴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TSMC의 영향력이 대만을 보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 반도체가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비해 약세였던 다른 분야를 강화할 수 있는 동력이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K반도체가 갖는 세계적 위상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생태계 전반이 활성화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김효수 한국반도체연구조합 정책지원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많이 약한 게 사실이다. 정부가 사업을 구체화하고 다양한 지원을 한다고 하니 적극 환영한다"며 "파운드리 부문을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팹리스·소부장 기업 등도 클러스터 안에 모여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측도 입장을 내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전략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튼튼한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삼성전자 등 기업들도 화답하나


=이번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의 중심 역할은 삼성이 맡게 된다.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하는 일을 삼성이 주도하게 된다. 기흥, 동탄, 고덕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기지가 클러스터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삼성전자는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파운드리 부문 등에서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이날 정부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새롭게 만들어질 신규 단지를 기존 거점들과 통합 운영해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며 "대한민국 미래 첨단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글로벌 전진 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창출될 수 있도록, 글로벌 소부장 업체들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한편 중소 팹리스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SK하이닉스 역시 원삼면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및 정부가 조성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도록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삼면과 인접한 남사읍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중심역할을 할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만큼 각각 두 지역에 구축되는 단지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중추가 될 전망이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