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우려되는 것은 한국의 대중국 무역도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작년 1년 동안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103억 달러로 감소시켰다. 일본은 우리에게 빼앗겼던 중국의 2위 교역국 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일본도 미국 주도의 '가치 질서 동맹'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에서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정부와 개별기업의 대응 전략을 분리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세계가 가치동맹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미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치 질서 동맹이나 경제제재에 전략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가.
경제적 제재 수단으로 무기화 삼아
더 우려되는건 대중국 무역도 추락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반도체와 원자재 등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외국인 직접 투자 등을 포함하여 금융 전략으로 정책을 확대하였다. 최근 중국 정부는 서비스 무역에 대해 정치적 또는 전략적 차원에서 개입하고 있다. 관광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관세나 상품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관광 등 서비스 무역을 경제제재의 수단으로 무기화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여행자들이 일본, 베트남, 필리핀과 같은 다른 목적지를 선택함에 따라 한국은 2위(2016년)에서 9위(2017년)로 떨어졌다. 관광 서비스는 쉽게 대체할 수 있고, 그 통제 효과는 크다. 향후 한·미·일의 외교·안보 공조가 구체화 될수록 중국의 관광시장에 대한 개입은 더 강화될 수 있다.
만약 현시점에서 한한령이 완화돼 게임 판호가 추가되고, 단체관광까지 허용되는 경우 2025년까지 호텔·레저와 화장품 매출액이 현재 대비 24조원, 콘텐츠 매출액이 1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보고서도 있다. 중국 중산층의 해외여행에 대한 열망은 크다. 하지만 인구 중 10% 정도가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 세계 관광산업이 주목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중국과 관계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다. 가치 질서에 중심을 둔 정책은 미·중만이 가능한 논리이다. 미·중의 반도체나 원자재 전쟁에서 우리가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가치 질서를 외치는 미국의 편에 무조건 편승하여,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는 외교를 할 때가 아니다. 정부가 할 영역과 기업이나 민간이 할 수 있는 분야를 구분해서 대처해야 한다.
가치질서 美 편승 실리 잃으면 안돼
정부·기업·민간 영역 구분으로 대처
관광·문화정책 다른 맥락 접근해야
한중간의 관광과 문화정책은 반도체나 이차전지와 다른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국의 관광 통제정책은 민족주의에 기초하여 SNS, 관영매체 등을 통해 실시되고 있다. 상대 국가에 대한 낙인론이 관광통제의 주요 방식이다. 단체관광이 어렵다면 개인 관광에 치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 관광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한국을 관광지로 선택하도록 하는 매력적 요소는 무엇인지. 인간만이 체험할 수 있는 오감의 영역인 관광을 활성화하는 우리만의 방안은 무엇인지. 한중간 문화 교류에 민간단체가 나서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닌지. 중국의 단체관광 불허를 계기로 정책과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