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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했다 국내 기업에 취업해 눌러앉는 외국인들이 급증했다. 내국인들이 3D 업종 취업을 꺼리는 사회현상과 맞물려 심각한 골칫거리가 됐다. 중소업체 인력난이 심화하자 외국인노동력을 합법적으로 확보하자는 움직임이 구체화했다. 1992년 하반기 시행된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생제도가 대표적이다.

연수생들은 일정 기간 취업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고용허가기간이 지났는데도 국내에 남는 근로자들이 많았다. 2003년엔 무려 6만명을 넘었다. 관계 부처 합동 단속에 나선 정부는 적발된 불법 체류자를 강제 출국시켰다. 이후 도피, 단속, 강제 출국, 재입국의 악순환 고리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재입국을 위한 방법이 넘쳐난다.

여주지역 농민단체들이 지난주 기자들 앞에서 '외국인 농업노동자 단속 중단과 농업인력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이충우 시장과 정병관 시의회의장, 시의원들이 힘을 보탰다. 이들은 정부의 외국인 계절 근로자 단속으로 관내에서 130명이 연행돼 농민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구마, 감자, 인삼, 도라지, 대파, 시설채소는 이제 누가 키우느냐고 한다.

농번기, 외국인 근로자들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청년들이 씨가 마른 농촌에 이들이 없다면 한 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한다. 고용주에 대한 처벌수위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10명이 연행된 고용주에 벌금 3천만 원이 부과됐다고 한다. 실의에 빠진 농심(農心)이 온전할 리 없다.

자구에 나선 지자체도 있다. 연천군은 베트남 동탑성과 협약을 맺고 올해 계절노동자 300명을 관내 농가에 배치하기로 했다. 지난해엔 160명의 베트남 계절노동자들이 5개월 동안 농가 일을 도왔다.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근면해 일손이 절대 부족한 농가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

고된 노동에 주거환경이 열악한 농촌 일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꺼리는 게 현실이다. 농촌의 일손 부족은 법의 잣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단속과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에 대한 정책 기조가 달라져야 한다. 필요하면 농업 이민도 허용해야 할 절박한 처지다. 농촌이 소멸하면 국가도 망하게 마련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