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하모니플라워호 승선하는 백령도 주민들12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대청도를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2천71t급) 운항이 이달 말 전면 종료된다. 서해 최북단 섬 주민들이 이용하는 유일한 카페리선이 사라지는 것이다. 인천시와 옹진군,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 기관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경인일보 DB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대청도를 오가는 2천t급 대형 여객선 운항이 이달 말 전면 종료된다. 서해 최북단 섬 주민들이 이용하는 유일한 카페리선이 사라지는 것이다.


인천시와 옹진군,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령 제한에 에이치해운 31일 폐업
2027년 백령공항 개항도 '리스크'로
차량 탑재 유일… 교통불편 예고돼
"생존·생업 차질… 특단의 조치를"

뱃길 중단은 예견된 일
20일 옹진군과 인천해수청 등에 따르면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백령도 항로에서 '하모니플라워'호(2천71t급)를 운항하는 에이치해운이 오는 31일 폐업한다. 에이치해운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11월부터 하모니플라워호 운항을 중단한 상황이다.

에이치해운은 당초 이달 말 휴항을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5월 해운법에 따른 선령 제한(25년)으로 해당 선박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면서 폐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에이치해운이 폐업하면 선사가 가진 여객운송사업 면허는 자동으로 반납된다.

백령항로의 대형 카페리선 공백 사태는 수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옹진군은 2020년부터 해당 항로에 대형 카페리선을 운항하는 선사에 자체 예산으로 10년간 120억원을 지원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5차례에 걸쳐 지원사업을 공모했지만 응모한 선사가 없었다. 2천t급 대형 카페리선을 새로 건조해야 하는 초기 투자 비용에 선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데다, 오는 2027년 개항할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선사들에겐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옹진군은 최근 신규 선박이 아닌 중고 선박을 매입해 운항하는 선사에도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해 공모 조건을 완화했으나 대체 선사·선박을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신규 선박 건조가 줄면서 중고 카페리선 매물이 없고, 고유가로 국내 연안 여객선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어서다.
섬 주민 교통 불편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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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하모니플라워호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형 카페리선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서해 최북단 섬 주민들의 교통 불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모니플라워호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백령도 항로를 다니는 3개 선박 중 규모가 가장 컸다. 하모니플라워호는 같은 항로를 오가는 '코리아프라이드'호(1천600t)와 '코리아프린세스'호(534t)에 비해 날씨 영향을 적게 받을뿐더러 유일하게 차량 탑재가 가능했다.

백령도 주민 조재흠(65)씨는 "하모니플라워호는 차를 싣고 다닐 수 있어서 아주 편했다"며 "농·수산물 등 육지에 가져갈 짐이 많거나 백령도 밖에서 장기간 있을 땐 항상 차를 갖고 갔는데, 지금은 그게 안 돼 불편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 남아있는 선박들은 파도가 좀만 높아져도 결항한다"며 "2천t급 이상의 배가 다시 다니기 전까지는 뱃길이 자주 끊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 김대식(69)씨는 "관광객이나 군인들, 주민까지 전부 다 여객선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배편 하나만 없어도 큰일이 난다"며 "대형 여객선 부재가 길어질수록 백령도 교통 불편함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섬 주민들은 지역경제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령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부용(63)씨는 "백령도에는 저처럼 여행·관광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다. 관광객이 많이 들어와야 지역 경제가 산다"며 "겨울에는 어차피 배가 잘 못 뜨니 그렇다 쳐도 지금은 관광철이라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배편이 없는데 손님을 어떻게 유치하겠느냐. 정말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대형 카페리선 대책…주민들 "특단의 조치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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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대청도를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2천71t급) 운항이 이달 말 전면 종료된다. 서해 최북단 섬 주민들이 이용하는 유일한 카페리선이 사라지는 것이다. 인천시와 옹진군,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 기관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인일보 DB

 

백령·대청도 등 서해 최북단 섬 주민들은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며 결항이 적은 3천t급 대형 카페리선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섬 주민들은 지난 2021년 집회를 여는 등 교통권 확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는 3천t급 여객선을 직접 건조하는 방안, 인천교통공사가 연안여객선 운송사업을 수탁하는 방안 등을 추진했지만 인천시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며 지난해 초 대책 마련은 흐지부지됐다.

백령·대청·소청도 주민들이 구성한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회는 "이대로는 안 된다"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심효신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장은 "대형 카페리선은 섬 주민의 생존·생업과도 관련이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는 시·군 관계자들에게 2년이라는 시간을 줬다. 그럼에도 남은 건 지금의 답 없는 상황뿐"이라고 했다.

이어 "당장 대형 카페리선 공백을 메울 대책이 전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인천시든 옹진군이든 누구든 나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 등을 방문해 현재 옹진군 단독으로 이뤄지고 있는 백령 항로 대형 여객선 지원에 국비도 포함해 줄 것을 계속해서 건의하고 있다"며 "백령 항로 대형 여객선 도입은 인천시 주요 현안인 만큼 여러 지원 방안을 검토하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