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업으로 몰릴까 봐 강풍에도 타워에 올랐습니다…."
인천 계양구 작전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지난 16일 타워크레인으로 인양 중이던 2t짜리 철제 거푸집(갱폼)이 돌풍에 날려 타워크레인 조종석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조종석 유리창이 깨지는 등 타워크레인 일부가 파손됐다.
사고 당일 타워크레인을 조종했던 조모(41)씨는 "예전 같으면 이 정도 바람에 작업을 절대 강행하지 않는다. 최근 심해진 정부와 건설현장의 업무 압박에 어쩔 수 없이 타워에 올라갔다"며 "아이 4명을 키우고 있는 가장으로서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부는 고의로 작업 속도를 늦추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작업을 거부하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최대 1년 면허를 정지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조종사들은 이 같은 정부의 압박에 위험 상황에도 업무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인지역본부(이하 노조)는 20일 해당 공사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장 인근에는 주택이 밀집돼 있어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가 날 뻔했다"며 "노조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건설 노동자들의 안전부터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타워크레인 안전관리 체계 점검 회의를 열어 해당 사고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보고받았다. 원 장관은 회의에서 "이번 사고는 기계 결함이나, 무리한 작업 지시로 인한 사고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건설사 등 현장 관계자 모두가 책임 의식을 갖고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해달라"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