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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전국건설노동조합 수도권남부지역본부 사무국장
과거 건설현장은 시행사가 원도급사인 원청에 1차 도급을 주고, 1차 도급을 받은 원청사에서 각 공정에 2차 하도급을 주고, 다시 2차 하도급을 받은 전문건설업체가 소위 오야지 혹은 시공참여자라는 도급팀에 3차 도급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3차 도급을 받은 도급 팀장은 다시 4차, 5차로 하도급을 주는 것이 익히 알려진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였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마지막에 도급받은 팀장이 저가로 일하면서 자신이 받은 도급 금액보다, 지급해야 할 임금이 많아질 때 도망을 치는 일이었다. 임금체불의 전형적인 사례다. 팀장들은 도급 금액으로 먹고 살기 위해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을 장시간 작업에 노출시켰고, 이 과정에서 산업재해가 수시로 발생하며 건설현장은 단일 사업으로 가장 많은 산재사망자가 발생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1차 도급을 받은 원청이든, 2차 도급받은 전문건설업체든 이들은 빨리 공사를 마치는 데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말을 안 듣는 팀은 수시로 교체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하루 작업을 마치고 이유 모를 해고를 통보받는 경우가 다반사일 만큼 건설현장은 노동법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곳이었다. 

 

동료가 죽고, 해고가 당연하고, 임금이 밀리는 열악한 환경에 놓였던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건설노조란 이름 아래 모여 한목소리를 내며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2017년 중앙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전국 형틀목수들의 근로조건과 임금이 통일됐고, 3차 도급 관계는 불법이 되면서 형식적으로나마 노동자들이 전문건설업체에 직접 고용되는 변화로 이어졌다.

근로기준법 적용·부당해고 예방 등
건설현장 변화 역할 적지않은데
정부는 공갈·협박범 범죄자 취급


그렇게 많이 발생하던 체불임금은 줄어들게 됐고,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현장에서 불법 도급을 받았더라도 최소한 전문건설업체가 책임지는 구조로 바뀌었다. 형틀목수와 철근공들의 임금이 향상되는 효과가 발생하면서 청년층이 건설현장에 조금씩 유입되는 효과도 있었다. 현장에서 사망사고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가 조금씩이라도 줄어든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 같은 건설현장의 변화에는 건설노조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게 하고, 부당해고가 없게 하고, 지금은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 부족해 건설안전특별법까지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현장의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호받고, 다치지 않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해 건설노조를 공갈범, 협박범, 채용 강요범으로 몰며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 간부를 범죄자로 만들기 위한 일련의 프로젝트는 건설회사의 요구로 출발했다. 시행사로부터 1차 도급을 받은 원청과 2차 도급을 받은 전문건설업체는 정상적인 건설현장을 만들고자 한 건설노조가 없어지길 원한다. 마음대로 해고를 하고, 마음껏 도급을 줘 이윤을 남겨 먹던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건설노조 간부에 대한 압수수색과 구속은 건설자본과 검찰정권의 합작품으로 봐야 하며, 건설자본의 이윤 추구에 공권력을 동원해 건설노조 간부들의 활동력을 묶어놓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잠시 탄압 있어도 건설자본에
이윤 돌아가는 방식은 없을 것


하지만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경찰과 정치검찰이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왜냐하면 건설현장은 이미 민주적인 현장 운영이 무엇인지, 정상적인 건설현장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노조는 그간 소속 조합원 고용만을 요구한 게 아니다.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노동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건설자본의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건물을 만들고, 다리를 놓고, 공장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건설노동자들이란 사실이다. 건설노동자가 인간다운 노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건 노동조합이지 건설회사나 경찰과 검찰이 아니다.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이 잠시 있을 수 있겠지만 건설자본에 다시 이윤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되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김승환 전국건설노동조합 수도권남부지역본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