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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정치학)·객원논설위원
한국정치가 앓고 있는 결정적 장애는 정치양극화다. 양극화가 정파간 극단적 대립을 불러오고, 정치는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한 채 정치 행위자의 권력추구 공간으로 전락한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결정적이고 직접적 원인은 강성지지자로 불리는 팬덤 지지층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강경 극우성향의 태극기 세력은 헌법 체계를 부정하고 국정농단을 저지른 행위에 대한 비판과 처벌을 부정하고, 맹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비호하며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 2019년 '조국 사태'때 보편과 공정, 상식을 외면한 조국 수호 세력은 명백한 사실 확인을 마다한 채 조국 전 장관과 그의 아내인 정경심 교수를 비호했다. 그리고 검찰개혁이란 명분으로 조국을 수사하는 검찰의 수사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에 반대한 '태극기 세력'과 '조국 수호 세력'은 정권을 상대정당에 넘겨줘야 했다.

특정 세력 유지 위해선 '팬덤 활용' 절대적
중도, 정치공간 퇴출 무당층으로 존재 상실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하고 김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하며 대치정국을 풀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의 여야 정당체제의 구조적 특성상 정치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 김 대표가 대통령실의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표에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있지만 이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국민의힘의 핵심 당직에 친윤 그룹이 포진하면서 대통령실의 여당 장악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이는 정당의 상대적 자율성을 여하히 확보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지만 정치권력의 속성상 자력으로 쟁취하지 않은 권력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여권내의 견제와 비판의 작동 여부보다 정당체제의 정상적 운영과 관련하여 주시할 점은 여야의 적대적 공생 구도가 지속되고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여야 관계의 경색 구도가 확대 재생산할 확률이 높아진 것은 '친윤' 대 '친명'이라는 대립 구도가 보다 선명해졌다는 점이고, 이는 중도층과 중간지대의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적의 존재를 과대 포장함으로써 내부의 적을 견제하고 기득권 유지에 적의 존재를 활용하는 방법은 고전적인 권력 유지 방법 중 하나다. 이른바 '적대적 공생'이다. '적대'와 '혐오'를 동원함으로써 특정 세력의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팬덤의 활용이다. 지지자 결집은 어느 정치세력에게나 필요하지만 보편과 상식에서 벗어난 팬덤은 정치를 퇴행시키는 반정치세력에 다름없다.

박근혜 탄핵과 조국 사태의 국면에서 등장했던 팬덤의 생명력은 질기고 끈질기다. 민주당 이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은 민주당 당원이라는 이름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비판적인 세력에 언어와 집단의 힘으로 압박을 가한다. 이의 대척에는 여전히 '태극기'를 앞세운 집단이 강성 언어들을 쏟아낸다. 이러한 구도에서 합리적 토론과 이성적 대화가 존재할 공간은 없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마주해야 미래도 담보
'친명' 사라져야 '친윤' 과도한 권력행사 제어


정치세력들은 당위보다는 현실적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양대 진영의 기득권 집단이 강성 팬덤을 의식하고 적극적으로 이들을 활용하고자 하는 유인에 휩싸일 때 '적대'하면서 '공생'하는 '적대적 공생'의 구도가 완성된다. 이러한 정당구도에서 중도층은 정치공간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중도층이 무당층으로 밀려나고 반지성적 언어가 정치영역을 지배할 때 정치는 존재이유를 상실한다. 시민은 정치참여라는 허울좋은 명분아래 동원되는 객체로 전락하게 된다.

우선 민주당의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주당내 공천에 목을 맨 친명의 달콤한 소리와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는 반정치의 주장과 결별해야 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사법 리스크에 마주해야 그의 미래도 담보할 수 있다. '개딸'뒤에 숨는 것은 '문빠'라는 팬덤에 가려 5년만에 정권을 헌납한 문재인 정권의 전철을 밟는 길이다. 친명이 사라져야 친윤의 과도한 권력행사도 제어될 수 있다. 국민은 팬덤에 의한 적대적 공생의 구도를 먼저 깨는 쪽을 다음 총선에서 선택할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