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
21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송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 한가운데 들어선 모듈러 교실과 주차된 차들 사이의 콘크리트 바닥에서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2023.3.2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운동장이 사라졌어요…."

인천 지역 곳곳에서 오래된 학교 건물을 증·개축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학교들은 아이들의 학습 공간을 임시로 만들기 위해 '모듈러 교실'(이동식 교실)을 활용하고 있지만, 가건물 형태인 데다 모듈러 교실이 운동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 학부모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오전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송중학교를 찾아가 보니 운동장 한가운데에 조립식 건물 한 동이 들어서 있었다. 지은 지 40년 지난 학교 교실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공사를 위해 설치된 모듈러 교실이다.

모듈러 교실은 공장에서 제작한 건물을 학교로 가져와 조립·설치하는 형태의 임시 건물이다. 설치와 철거가 쉬워 공사 중인 학교에서 사용하거나 과밀학급 해소 방안으로 쓰이고 있다. 학생들은 공사가 끝나는 내년 2월까지 모듈러 교실에서 생활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방음이 잘되지 않아 자녀들이 수업을 받는 데 방해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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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송중학교를 찾아가 보니 운동장 한가운데에 조립식 건물 한 동이 들어서 있다. 지은 지 40년 지난 학교 교실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공사를 위해 설치된 모듈러 교실이다. 2023.3.2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송중, 운동장에 임시 건물 활용
강당 완공까지 콘크리트 바닥 교육
학부모 "신체활동 제약에 맘 불편"


모듈러 교실이 운동장을 차지한 탓에 학생들의 체육수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모듈러 교실 뒤편에 있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체육수업을 하고 있었다. 조만간 교내 강당이 완공되면 이곳에서 체육수업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학생들이 바깥에서 뛰어놀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인송중 한 학부모는 "가뜩이나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의 성장과 체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 걱정이 큰데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에 교실을 만들어서 신체 활동에 커다란 제약이 생겼다"며 "임시로 만든 건물에서 아이가 1년이나 생활해야 한다는 것도 부모로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모듈러 교실 내부에 소방시설과 냉난방시설, 공기청정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노후화한 건물보다 더 나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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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송중학교를 찾아가 보니 운동장 한가운데에 조립식 건물 한 동이 들어서 있다. 지은 지 40년 지난 학교 교실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공사를 위해 설치된 모듈러 교실이다. 2023.3.2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40년 이상 노후 건물을 증·개축해 교실 환경을 디지털화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인천지역 36개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4개 학교에 모듈러 교실이 설치됐고, 2개 학교에도 이 교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모듈러 교실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자 모듈러 교실 설치 학교에 운영비를 추가로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인천시의회 신성영(국·중구2) 의원은 "모듈러 교실을 사용하는 학교는 아이들의 수업 여건이 다른 학교들보다 나쁠 수밖에 없다"며 "학교에 추가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전국 최초로 모듈러 교실 관련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