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만 안 먹어도 자원봉사로 인정해줍니다'.

하남시자원봉사센터가 진행 중인 비대면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때아닌 봉사시간 남발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봉사 여부와 상관없이 지정된 날에 특정 음식물을 먹지 않으면 손쉽게 자원봉사시간을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하남시자원봉사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센터는 지난해부터 '위드 코로나시대'를 맞아 시간·장소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는 비대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탄소 중립 관련 '고기 없는 월요일' ▲하남시 플라스틱 환경정화 캠페인 '그냥 오다 주웠다' ▲'플라스틱을 없애줘! 하남을 UP해줘!' 등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비대면으로 참여한 뒤 활동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인증 글을 올리면 정해진 봉사활동 시간만큼 인정받게 된다. '고기 없는 월요일'의 경우 월요일에 고기를 먹지 않은 사진을 찍어 인증받으면 1회당 1시간의 자원봉사 시간을 횟수에 상관없이 받게 된다.

자원봉사시간은 마일리지로 적립돼 '지역화폐'로 사용할 수 있으며 하남시 공영주차장 이용 시 50% 할인혜택, 우수자원봉사자 대상 하남문화예술회관 문화·공연 무료관람 초청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참여율이 높다. 지난해 이들 프로그램의 단 7회 운영 기간에는 각각 343명, 166명, 120명 등이 참여했다.

이에 센터는 비대면 프로그램을 추가 기획해 자원봉사 참여 확대를 더욱 높이는 한편, 월요일만 인정되던 탄소 중립 관련 '고기 없는 월요일' 프로그램을 요일 제한 없이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원봉사 방식과 더불어 횟수에 상관없이 자원봉사 시간이 주어지면서 일각에선 자원봉사 시간 남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박선미(국·가선거구) 하남시의회 의원은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 지역화폐를 받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자원봉사 시간은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며 "하지만 하남시자원봉사센터는 월요일에 고기만 먹지 않으면 자원봉사 시간을 인정해주고, 더 나아가 앞으론 월요일 제한까지 없애기로 하는 등 자원봉사 시간을 너무 쉽게 인정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센터 관계자는 "중앙자원봉사센터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는 지침이 내려와 고기를 굽지 않으면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며 "하지만 시의회와 내부에서 확대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내부적으로 확대 운영 계획은 보류하고 운영방식을 기존과 동일하게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남/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