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를 뭘로 보나, 국회를 이렇게 무시하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상임위에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에 한 말이다. 행정안전위원장인 장 의원은 의원들 질의 도중 사무총장이 자리를 뜨자 "의원 12년 하면서 위원장 허락 없이 이석(離席)하는 피감기관장은 처음 본다"고 질책했다.
장 의원은 이어 "누구 허락을 맡고 이석했나, 어디서 배워 먹었나"라고 고함을 쳤다. 사무총장과 선관위 관계자를 질타하면서 책상을 치고, 눈을 부릅뜨고, 손가락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한 장 의원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선관위 직원을 불러 "앞으로 국회 출입 안된다"고 했다. 3분 분량 동영상이 공개되고, 언론에도 보도되자 비난 댓글이 잇따랐다. 물의를 빚은 장 의원 아들을 겨냥해 "자식 교육이나 잘 시켜라"는 대목도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국회사무처 전문위원에 막말을 했다. "어디 법 있어? 보자 보자 하니까 웃기고 있네"라며 "어디서 이따위 소리를 하고 있어, 똑바로들 해 진짜" 등의 발언을 했다.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천공의 유튜브 영상 재생과 관련한 여야 다툼의 와중에서다.
우 의원은 동료 의원도 무시하는 발언을 해 사과요구를 받았다. 영상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 "초선의원은 가만히 있으라, 뭐하는 짓이야, 에이 씨 진짜"라고 했다. 태 의원은 몰상식한 행태라며 "민주당의 꼰대 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여의도 막말은 중구난방(衆口難防)이다. 지난해 여당의원은 전 정부 인사에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거리를 하냐"고 했다. 여성 의원이 동료 의원에 '조선 시대 후궁 같다'고 해 고소를 당했다. 국감장에선 막말과 욕설, 인격 모독 발언이 쏟아진다. 초법적 권위의식으로 무장한 갑질 행태가 도를 넘었다.
국회의원은 입법권, 불체포, 면책, 조사·감사, 예산 심의권한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막말을 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올해 초 국가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서 응답자 열 중 여덟(81%)이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의원 수를 50명이나 늘리려다 뭇매를 맞았다. 할 수 없이 꼬리를 접고도 미련이 남는지 여론을 떠본다. 예의도, 염치도, 눈치도 없는 모지리 집단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