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남동구에서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초등학생은 부모의 이혼 후 따로 지낸 친모와 몇 차례 만나지 못했다. 계모와 친부가 친모의 면접교섭을 막았기 때문이다. 면접교섭은 이혼 등으로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부모가 정기적으로 자녀를 만나도록 보장하는 권리다.
이혼등 사유 비동거자녀 만날 권리
계모·친부, 月2회 만남 합의했지만
두 차례 이후 연락 거부하며 이사
부모따돌림방지協 "정서적 학대"
친모와 함께 추가 고소장 접수할듯
계모·친부, 月2회 만남 합의했지만
두 차례 이후 연락 거부하며 이사
부모따돌림방지協 "정서적 학대"
친모와 함께 추가 고소장 접수할듯
3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남동구에서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초등학교 5학년(지난해 11월부터 장기 결석) 남학생의 친모 A(34)씨는 계모와 친부의 거부나 방해로 2018년 이혼 이후 아들과의 면접교섭을 2차례밖에 하지 못했다.
"면접교섭만 제대로 됐어도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A씨는 아이가 1학년일 때 친부와 첫째·셋째 주 토요일에 면접교섭을 하기로 합의한 후 이혼했다. 하지만 2차례의 만남 이후 계모와 친부는 아이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1년 동안 만남을 거부하다가 연락을 피하고 아무 말 없이 이사까지 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가 양육자 변경 신청 소송을 준비하던 중 지난 2월 아이는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숨을 거뒀다.
"면접교섭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이가 그렇게 학대를 당하고 있는 줄 몰랐어요. 작년에 무작정 학교로 찾아가 만난 아이는 세뇌라도 당한 듯 말도 섞지 않으려 하고, 제가 학교에 왔다는 걸 계모한테 알리려고 전화부터 거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에게 쉽게 말조차 걸 수 없었습니다."
A씨는 "아이는 6학년 새 학기도 시작해 보지 못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아들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서럽고 슬퍼서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비통해했다. 그는 "계모와 친부의 면접교섭 방해 등으로 아동학대를 막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추가 고소에 나선 친모와 부모따돌림방지협회
지난 2월 출범한 '부모따돌림방지협회' 소속 변호사들은 A씨의 법률대리인이 돼 친부와 계모를 상대로 "면접교섭 방해는 아이에 대한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인천경찰청에 제출하기로 했다. 아이가 생전에 친모를 만났을 때 엄마와 대화하지 말라고 강요한 계모의 행위 등이 정서적 학대였다는 취지에서다.의붓아들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계모 B(43)씨와 학대에 가담한 친부 C(40)씨는 오는 13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부모따돌림방지협회 원의림 변호사는 "국내에선 면접교섭권 방해가 아이의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아직 없다"며 "면접교섭을 방해해 한쪽 부모를 따돌리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면접교섭을 보장할 제도가 미비해 면접교섭 방해를 겪는 이혼 가정의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막을 첫 번째 문턱, 면접교섭"
A씨처럼 이혼 가정에서 한쪽 부모(주 양육자)가 아이와 따로 사는 다른 부모의 면접교섭을 방해하고, 아이가 거부하도록 하는 것을 '부모 따돌림'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용어조차 생소한 '부모 따돌림 증후군(Parental Alienation Syndrome)'은 이혼 가정 등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해외에선 '부모 따돌림' 명칭이 정의된 1985년 전부터 미국, 영국, 호주 등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국내에선 면접교섭 방해 피해를 겪은 부모가 법원에 면접교섭 이행명령 청구를 할 수 있지만, 법원은 면접교섭 미이행에 대한 과태료 처분만 내릴 수 있다. 사실상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A씨처럼 양육자 변경 신청 소송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인천의 한 미혼부 D(43)씨는 "딸아이의 손톱과 발톱은 항상 긴 상태였다"며 "2021년 12월에는 아이의 오른쪽 앞니가 썩은 것을 확인했는데, 친모는 1년이 넘게 내버려두는 등 한눈에 봐도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딸아이와 약속된 1박 2일의 면접교섭을 친모가 갑작스럽게 취소하는 일이 자주 있었고, 아이와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도 친모가 동행해 술을 마시며 면접교섭을 방해했다"면서 "면접교섭만이라도 제대로 이행하길 기다리고 있는데 끝이 없는 싸움에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부모따돌림방지협회 송미강 대표는 "면접교섭은 아동학대를 막는 첫 번째 문턱이 될 수 있다"며 "면접교섭의 법적 이행을 강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함께 살지 않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심리적 상담 등도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