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초기 미국 정치는 '연방 대 반연방'으로 갈라졌었다. 연방당은 말 그대로 강력한 연방정부를 강조했고, 민주공화당은 연방정부의 독재를 우려해 주(州)정부 중심의 공화제를 앞세웠다. 연방당 출신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1801년 3월 퇴임 하루 전, 당이 장악한 상·하원을 통해 사법부법을 제정한다. 법관의 수를 2배로 늘려 연방당 지지자로 채우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취임한 민주공화당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국무장관 제임스 매디슨에게 법관 임명장 송달 보류를 지시했다.
연방대법원 송사로 번졌다. 존 마셜 대법원장은 '연방대법원이 매디슨에게 판사 임명장 발부를 강제하는 것'을 반헌법적 월권으로 판결했다. 미 연방대법원이 법률의 위헌 여부를 최초로 판결한 '마버리 대 매디슨' 사건이다. 존 마셜은 연방주의자였다. 정파를 떠나 역사적 판결을 남겼다.
미 대법원은 2021년 6월 '오바마 케어' 위헌 소송 판결에서 7대2로 기각했다. 3명의 진보성향 대법관들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4명의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의견을 같이한 결과였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의 연방대법관 임명 기준도 철저히 정파적이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의 정파 초월 전통 또한 존 마셜 시절 만큼이나 굳세다.
지난 20일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 심판을 둘러싼 여론의 여진이 거세다. 민형배의 꼼수 탈당 등 민주당의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검수완박 법률은 유효라 했다. 검수완박법 자체의 위헌성은 아예 심판하지 않았다. 국회 다수당의 위법·편법 입법의 자유를 허용했다. 진보 대 보수·중도 재판관 비율 5:4에서 열외는 없었다.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친형 강제입원을 부인한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최종심에서 1, 2심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활발한 선거 토론을 위해 거짓말을 일일이 법으로 따지면 안 된다'는 취지로, 최고 법원이 거짓말 선거 토론을 묵인했다. 7:5 판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대법관 권순일은 사법거래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고 있다.
대법원 판결로 이재명의 대권 도전이 가능했고, 헌재가 심판한 검수완박은 이재명 방탄의 첫 단추였다. 대법원과 헌재의 정파적 구성이 역전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정권 맞춤형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헌법과 대법원 판례가 춤을 추고, 공화국은 무너진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