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윤 대통령은 은행과 통신부문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통신, 금융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고통분담을 거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에 기준금리 동결로 정부에 화답했다. 보험, 캐피털 등이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3월 한 달 동안 추가 모바일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볼멘소리를 해대며 대출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는 주류가격 인상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소주병 공급가격이 20% 넘게 올라 식당에서 파는 소주 한 병 가격이 6천원까지 오를 것이란 소문에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다급했던 정부가 지난달 26일에 소주가격 실태조사 운운하며 소주업체들을 압박한 것이다. 다음날인 27일 국내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당분간 소주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하자 나머지 소주업체들도 뒤를 이었다. 맥주업계는 주세(酒稅)가 리터 당 30.5원 올라 4월부터 출고가를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대세에 승복했다. 풀무원샘물은 이달부터 출고가를 5.5% 올릴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가 재임기간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돈 남 말 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정부, 주류가격 인상 제동걸자 업계 '주춤'
전기·도시가스 요금 언제까지 묶어놓을지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서민들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작년 말 기준 한국전력의 영업 손실은 32조원으로 사상 최대이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인데 전기요금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면 한전의 올 한해 적자만 10조원 이상이어서 내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다. 그럴 경우 한전 주식의 뉴욕증시에서의 퇴출로 한전의 해외기채 불능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도에도 직격탄이 된다. 지난 23일 국회 산업통상위원회에서 한전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전기요금을 kwh당 11원 인상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주택용, 영업용) 미수금은 9조원이다. 지난해 말 산업부가 2026년까지 가스공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2023년 한 해 가스요금을 메가줄(MJ) 당 10.4원 인상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작년에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인상된 액수(5.47원)의 1.9배인데 언제까지 도시가스 요금을 묶어놓을지 주목된다.
지방공기업과 지방출자·출연기관을 아우르는 지방공공기관의 전체 부채비율은 비교적 안정적이나 도시철도·도시개발공사 등 지방공사와 지방출자·출연기관의 부채 규모가 대폭 늘고 있다. 서울지하철은 매년 1조원 가량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은 문재인정부가 공공요금 동결로 재미(?)를 볼 때보다 여건이 훨씬 나쁘다. 문정부 임기 말인 작년 초부터 대외적으로 두 개의 악재가 동시에 불거졌기 때문인데 첫째는 미국이 인플레와의 전쟁을 본격화한 것이다. 둘째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까지 겹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충격파가 더욱 커졌다.
한미간 금리역전 격차 22년만에 최대 기록
국제 원자재 가격 들썩… 걸림돌 첩첩산중
지난 22일 미국 연준(Feb)이 기준금리를 0.25% 인상함으로써 한미 간의 금리역전 격차가 1.5%로 벌어져 2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 내의 외국인자금 이탈 가속은 불문가지여서 국내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는커녕 오히려 이자율을 더 올려야 할 지경이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픈)로 국제원자재 가격 또한 들썩이는 중이다.
정부는 물가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판단하고 금년 하반기부터 동결 기조를 풀 예정이나 걸림돌들이 너무 많아 걱정스럽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