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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치는 전 과정을 의례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하게 여겼던 것이 바로 출생의례다. 아이를 갖기 위한 기자(祈子)에서 잉태·출산·돌 등 육아를 포함한 모든 과정에서 거치는 행사·금기·의례 등의 습속을 '산속'이라 한다. 이러한 '산속'은 산육속(産育俗)이라고도 한다. 산속 중에서 산모에게 주어지는 금기도 있다. 가령 아궁이와 굴뚝을 고치면 언청이를 낳는다, 문지방에 앉으면 조산한다, 빨래를 삶으면 피부가 거친 애를 낳는다, 불 난 것을 보면 붉은 점이 있는 아이를 낳는다, 물건을 훔치거나 거짓말하면 손버릇이 나쁜 애를 낳게 된다 등의 금기들이 그러하다.

출산 뒤에는 짚으로 왼새끼를 꼬아 대문 위에 건다. 짚을 쓰는 이유는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식량인 벼를 사용함으로써 아이의 식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고, 왼새끼를 꼬는 것은 삿된 기운의 침범을 막으려는 벽사 신앙의 소산이다. 금줄은 사내아이의 경우에는 붉은 고추·검정 숯·미역·붓·짚 뭉치 등을,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솔가지·솔잎·백지·미역 다래·짚 뭉치 등을 꽂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삼칠일 동안 가족 외에는 서로 방문을 삼갔다. 이를 부정 타는 것을 막는 것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감염병 같은 질병을 예방하려는 풍속이었다. 이처럼 전통사회에서는 출생을 귀하게 여기고 온 마을과 공동체 사회가 축하해주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한 출산율 감소와 인구절벽의 상황 앞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국가들 평균인 1.59명의 절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사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우울한 지표가 하나 더 있다. 출산율 0.78명 가운데서 첫째 아이 출산 비율이 63%로 둘째 아이를 갖지 않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출산과 육아에 온 사회가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인데, 69시간의 연장근로를 추진하는 섣부른 정책과, 한숨만 나오는 집값 고공행진과, 높은 사교육비 등이 출산율은 물론 삼신할미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이유들일 것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