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신학기 들어 오후에 자신의 담임 교실을 비우고 있다. 이번 학기부터 시범 운영하는 '늘봄학교'의 핵심 방과후 프로그램인 1학년 학생 대상 '에듀케어'를 운영할 교실이 없어 기존 교실을 임시로 활용하면서다.
A씨는 이전 학기까지 오후 시간에 담임교실에서 교재 연구와 수업 준비를 했는데 이제 그러지 못해 날마다 빈 교실을 찾거나 학교 밖 카페를 전전하고 있다. A씨는 "늘봄학교가 시작되고 수업 준비에 대한 어려움이 커지고 교실까지 뺏길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3월 신학기와 함께 경기도 내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시범 운영이 본격화한 가운데, 시행 전부터 이어져 온 도내 교사들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돌봄·방과후 학교 결합 교육정책
도내 80개교 이달부터 시범운영
"땜질 정책 아닌 전담기구 필요"
늘봄학교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국가교육책임 강화' 차원으로 마련한 돌봄과 방과후 교육을 결합한 형태의 교육 정책이다. 도에서도 이달부터 80개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늘봄학교 도입 전부터 교사들이 우려한 늘봄 전담인력과 활용 공간 부재 등에 대해 걱정이 사그라들지 않고, 시행 이후 커지고 있는 점이다. 교원단체들은 지금의 늘봄학교가 기존 방과후 수업의 확장일 뿐이라며 교사들의 목소리가 들어간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세봉 경기교사노조 대변인은 "교육부, 교육청은 학교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지난 한달을 돌이켜보면 전담 인력 증원 등 이뤄진 게 없다"며 "아침 돌봄까지 전면 확장되면 (교사) 반발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교육청이 '땜질'식 정책을 낼 게 아니라 전담기구를 만들어 구체적인 인력 충원 구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전교조)는 최근 10일간 늘봄학교 시범운영 학교 80개교 교사 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 현장 의견을 거치지 않은 졸속 정책(67%), 업무 증가에도 대체교사 채용 등 인력 충원이 없는 정책(63%) 순으로 비판 목소리가 컸다.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늘봄학교 관련 업무를 학교로 전가하지 말고 교육 당국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교사들이 (늘봄학교) 정책 운영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현장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관련 부서와 협의를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