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뒤쫓고 있는 선행국가들은 시간을 재구성함으로써 미래를 만들기 위해 힘써왔다. 이를테면 직장의 유급노동시간과 가정의 무급노동시간을 선진적으로 바꾼 것이다. 유급노동시간을 주 40시간 미만으로 줄이고 가정에서의 시간을 늘리는 변화와 더불어, 부부간 유급·무급 노동시간의 편차를 줄이는 것이 미래에 먼저 도착한 나라들의 현재이다.
OECD의 시간 사용 통계를 보면 출퇴근 시간을 더한 유급노동시간에서 한국의 성별 격차는 하루 평균 2시간24분에 이른다. 이보다 큰 차이는 멕시코, 튀르키에, 일본만이 기록한다. 한편 무급노동시간에서 한국의 성별 격차는 2시간46분으로, 조사 대상 30개국 중 6번째로 크다. 이에 반해 출퇴근+유급노동시간의 성별 차이가 적은 10개국의 평균은 59분이고, 무급노동시간의 차이가 적은 10개국의 평균은 1시간16분이다. 5개국으로 좁히면 각각 46분과 64분이다. 한국과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우리 사회가 당장 이런 미래를 이룰 수는 없더라도 최대한 빨리 도달해야 할 지점이다.
모든 사회 여가 불평등 해소부터
짧은 노동시간 전제 고도화 해야
돌아가서는 안될 과거로 회귀가
그러나 윤석열 정권이 원하는 미래가 현실이 되면 남성 쪽에 유급노동시간이 한층 몰리게 되고, 일과 가정 사이 시간의 불균형이 퇴행적으로 재구성된다. 또 제조업이나 IT 업종에서 연장근무가 증가하면 식당 등 자영업이나 돌봄을 비롯한 서비스업의 노동시간도 같이 증가하게 되므로 더 많은 가사노동을 책임지고 있는 여성의 부담이 대폭 커지게 된다. 2022년 상반기에 실시된 장시간 근로감독 결과, 돌봄업종 340개 업소 중 8개소(2.4%)가 연장 근로 한도를 위반했고 이들 업소의 주당 노동시간은 61.7시간에 달했다. 한도 위반 업종 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결국 윤석열 정권이 가고자 하는 '퇴행적 미래'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초장시간 노동도 확산시킨다. 남성도 힘들어지지만 여성의 일·가정 양립은 더욱 요원해진다.
모든 사회는 소득에 따른 여가시간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소득이 부족해서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이들을 최소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은 소득이 낮으면 더 길게 일하면 된다며 과거로 갈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이 주문은 기업에게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미래는 짧은 노동시간 속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기업이 강해지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게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의지하며 경쟁력을 키우지 말라고 부추긴다. 어떻게 해야 산업 고도화를 이루어 미래를 맞이할지 고민해야 할 마당에, 어떻게 해야 노동시간을 늘려 과거로 갈 수 있을지 골몰한다.
현 정부·여당은 미래라고 불러
정책 세우기 앞서 인식전환을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주 120시간' 발언으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던 그가 69시간에서 60시간까지 최대 노동시간을 낮추고 있으니 일면 장족의 발전이다. 하지만 한국이 가야 할 미래는 이런 허망한 발전이 아닌 천지개벽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주 40시간 미만이 보편이 돼야 하고 여성과 남성이 모두 짧게 일하면서도 적정 소득을 벌어 성평등이 구현되는 가정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 기업 또한 짧은 노동시간을 당연한 전제로 깔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정부는 산업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사회구조가 상식이 될 때 일부 업종에서 어쩌다 장시간 야근을 하는 예외적인 날이 있어도 무방하다.
돌아가서는 안 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현 정부여당은 미래라고 부른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하자가 있다. 앞으로 정부여당은 정책을 세우기에 앞서 인식의 전환부터 해야 한다. 미래로 여겼던 것을 과거라고 이해하는 인식의 전환이다.
/장제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