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고산지구의 한 신축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 한가운데에 대형 환기구가 설치돼 입주예정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장을 직접 확인한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관계부서에 철거 검토 등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3일 의정부시와 아파트 입주예정자 등에 따르면 입주가 5월부터 시작되는 고산지구의 한 신축아파트의 어린이 놀이터 한복판에 돌출된 환기구가 뒤늦게 발견되면서 입주예정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의정부 고산지구 내달부터 입주
입주예정자들 '안전 우려' 반발
김동근 시장, 철거 검토 등 지시
입주 전 아파트 단지를 둘러본 입주예정자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놀이터 사진을 공유하며 공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놀이터 현장에는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미끄럼틀과 흔들말 사이에 가로·세로·높이 약 2m 크기의 지하주차장 환기구가 위치해 있다.
석재와 철재로 만들어진 이 구조물은 모서리가 다듬어지지 않은 데다 아이들이 기어오르는 등의 장난을 할 경우에 대비한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다. 환기구 윗부분은 과거 다른 아파트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한 적 있는 반투명 플라스틱 재질로 마감됐다.
4세와 7세 자녀를 두고 있는 입주예정자 박모(39)씨는 "놀이터 한복판 황당한 위치에 너무나도 큰 구조물이 버티고 있어 처음에 보고 놀랐다"며 "어린이를 고려하지 않은 시공에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시장은 이날 오전 해당 아파트 단지를 방문해 어린이 놀이터 등의 시설을 점검했다. 김 시장은 "놀이터에 놀이시설이 있어야지, 어린이와 아무 상관 없는 시설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법령을 떠나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철거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공사는 환기구를 먼저 만든 상태에서 나중에 놀이터의 위치와 면적을 수정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하며 철거를 검토하기로 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법상 문제는 없고, 놀이터 시설물의 안전필증도 다 받은 상태이지만 시와 입주예정자의 의견을 반영해 가능하면 철거토록 하겠다"며 "같은 환기구가 바로 옆에 붙어있는 또 다른 놀이터는 디자인 펜스 등을 설치해 동선을 차단하겠다"고 했다.
김 시장은 이날 민원이 발생한 놀이터 외에도 아파트 경계 밖 경사면 등 사고 우려가 있는 현장 곳곳을 살폈다. 시 관계부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시공사 등과 협의해 안전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