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년 전 제작된 조선군 주요 화포 '불랑기'(佛狼機)가 인천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인천시는 인천시립박물관이 보유한 조선 후기 불랑기를 인천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해 3일 고시했다.
불랑기는 16세기 유럽에서 명나라를 통해 조선에 전해진 서양식 화포다. 당시 명나라인들은 유럽인을 '프랑크'라고 불렀는데, 이 발음을 한자로 표현한 '불랑기'가 화포의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불랑기는 1593년 임진왜란 평양성 탈환 전투 승리 이후 조선 군대의 주력 무기 중 하나로 자리 잡아 신미양요 등 굵직한 전투에 쓰였다. 포문으로 포탄과 화약을 장전하는 전통 화포와 달리 연사까지 가능한 성능 때문이다.
불랑기는 몸체 부분인 모포(母砲)와 화약을 넣는 부분인 자포(子砲)로 구성됐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소유한 불랑기는 '모포'로, 일제강점기 일본이 건립한 인천향토관에서 1946년 인천시립박물관으로 인수됐다. 불랑기 모포가 유형문화재로 등록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6세기 명나라를 통해 전해져
서양식… '프랑크' 한자 음차
강화 돈대 배치, 사료적 가치
인천시립박물관의 불랑기는 제작 시기와 제작자, 배치장소까지 확인이 가능해 역사적 의미가 있다. 불랑기 몸체에는 한자로 '강희 19년(1680년, 숙종 6년) 삼도수군통제사 전동홀 등이 강화도 돈대에 배치하기 위해 만든 불랑기로 연번 제115, 무게 100근'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불랑기를 제작한 '장인 천수인'의 이름도 적혀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해당 불랑기가 강화 돈대의 방어 무기로 특별 제작된 화포라는 것이 증명되면서 유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7년에는 같은 명문이 새겨진 불랑기가 인천 강화군 양도면 소재 건평 돈대(인천시 기념물 제38호)에서 출토(2017년 4월26일자 19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발굴된 불랑기는 강화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강화 돈대는 숙종 5년(1679년) 조성 당시 강화도를 방어하기 위해 요충지에 건설됐다. 48개 각 돈대에는 유사시 적을 방어하기 위해 2~4개의 포좌를 설치하고 불랑기를 배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형문화재 지정을 심의한 인천시 문화재위원회는 "이번 불랑기는 조선 후기 불랑기의 제조와 운영 실태를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외형에 별다른 손상 없이 완형으로 전존됐고 신미양요 당시 강화도 조선군 주력 화포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방과학문화재로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유형문화재의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할 때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를 본다"며 "이번 불랑기는 그중에서도 학술적 가치를 높게 인정받아 유형문화재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