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하지 않는 휴식 통해 체력회복
창의력 키워 생산성 제고·자기 발전
근로 유연화보다 쉼 중시 개편 필요
먼저 개편안은 노동시간 유연화로 '사업주'와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함께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했지만 노동자의 시간 주권 회복 방안이 미비하다. 네덜란드 여가 경제학자인 컨 브레드펠트(Koen Breedveld)는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피고용인이 자신의 노동시간을 포함하여 모든 시간의 사용을 스스로 통제하는 권리로서, 노동시간 길이, 노동시간 배치, 노동시간 속도 등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고용노동부의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에 따르면 2021년 노동조합 조직률이 14%에 불과한데 사업주와 노동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시간 주권을 논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법이 보장한 연차휴가 사용의 소진율도 70%에 머물러 있고,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의 평균 연차 사용 일수가 8.5일로 5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의 14.9일의 절반에 그치는 것은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회복시키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개편안이 노동자의 '쉼'이 가지는 의미를 협소하게 보는 것이다. 제1차, 제2차 산업혁명으로 장시간 노동이 팽배하던 시기에 노동자의 '쉼'은 노동을 위한 재충전에 불과하였다. 제3차 정보통신 혁명 이후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가처분소득이 올라가면서 노동자의 '쉼'은 재충전을 넘어서 창의성을 키우고 타인과 교류하는 사회성을 높이는 기회로 발전하였다. 필자는 경인일보 1월25일자 칼럼 '인간다움의 조건과 미래사회 노동'에서 인간다운 삶의 조건으로 노동(labor), 취미로 물건을 만들거나 악기 연주하는 작업(work)과 인간관계와 사회를 유지하는 활동인 행위(action) 간에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장시간 노동문화 연관 깊어
경제영역·지속가능성 따져 고쳐야
먼저 노동하지 않는 '쉼'을 통해 체력회복뿐만 아니라 창의력을 키워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자기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에 국내총생산 규모로 세계 10위에 도달했지만,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은 5위로 길고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7달러로 27위에 그쳐 노동생산성이 매우 낮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연장을 포함한 노동 유연화보다 '쉼'을 더 중시하는 개편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에 0.78의 합계출산율 발표로 나라 전체가 들썩였다. 낮은 출산율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장시간 노동문화도 깊은 관련이 있다. 노동자가 충분한 '쉼'을 가져야 타인과 만나 친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자녀를 낳을 수 있는데 장시간 노동문화가 사회구성원의 재생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은 경제영역의 문제만이 아니라 향후 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더욱 심도 있게 의견을 수렴하여 개편안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