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을 앞두고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인천의 한 미세먼지 차단 숲 나무들이 여전히 시들거나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해오름공원 미세먼지 차단 숲'. 공원에 들어서자 수백 그루의 나무가 잎은 갈색으로 변색됐고, 가지는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것처럼 가늘었다.
남동구는 이곳에 지난 2021년 6월 사업비 20억원을 들여 바다와 인접한 해안도로(아암대로) 인근에 3만㎡ 규모의 미세먼지 차단 숲을 조성했다. 미세먼지를 낮추는 데 효과적인 수종이라는 스트로브잣나무와 은행나무, 편백나무 등 2천7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해오름공원 미세먼지 차단 숲 사업
작년 5월 상당수 고사·변색된 모습
남동구서 집중 관리 불구 호전 안돼
경인일보는 앞서 지난해 5월 미세먼지 차단 숲에 있는 나무들이 상당수 고사하거나 잎이 변색된 것을 확인했다. 당시 남동구는 심은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나무들이 몸살을 앓았을 수 있다며 전문가 소견에 따라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2022년 05월12일자 6면 보도=허술한 관리에 '말라죽는 미세먼지 차단숲')
당시 현장을 방문했던 최진우(조경학 박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되레 나무들의 상태가 더 나빠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날 촬영한 현장 사진을 본 그는 "지난해보다 시든 나무가 더 많아진 것 같다"며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는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나무가 더 고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물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뭇잎이 말라버리면 미세먼지를 빨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차단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이 지역은 매립지로 토양에 염분이 많다. 일시적으로 나무에 물을 주는 것이 아닌 나무에 물 주머니를 다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든 나무들을 본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주민 김모(73·여)씨는 "잎이 풍성하지도 않고 메마른 나무를 보면서 과연 미세먼지가 차단될지 의문이 든다"며 "구청 예산을 들여 이렇게 많은 나무를 심어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남동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고사한 나무에 대해서는 조사 후 교체할 예정"이라며 "토양이 좋지 않아 나무가 자리를 잘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영양제를 주고 물을 1주일에 한 번씩 뿌리는 등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