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주력 수출 분야인 바이오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백신 수요가 줄고, 미·중 무역갈등이 의약품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발표한 '최근 대외 여건 변화가 인천 수출에 미치는 영향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글로벌 보호무역조치에 따른 규제가 의약품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인천지역 수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美 자체공급망 의약품 확대 우려
엔데믹 영향… 백신 수요도 줄어
2월 바이오 수출액, 59.9% 감소
이러한 관측이 나온 배경에는 지난해 9월 미국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행정명령'이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를 보면, 자국 의약품산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내놓은 행정명령에는 '생물제조 공급망에 대한 적대국의 개입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미국 바이오 기업들은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화학 물질과 성분을 주로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이미 보호무역조치가 진행 중인 산업처럼 미국 내 생산공장에서 만들어진 의약품에 대해 혜택을 제공하고, 중국 등에서 수입하는 성분을 일정 비율 이상 쓸 수 없게끔 하는 방안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자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미국 국가정보국장에게 바이오경제에 대한 위협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수립하게 하는 등 안보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계획한 대로 바이오 분야까지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면 중국 역시 대응할 여지가 있다는 게 한은 인천본부 관측이다. 현재까지는 중국이 바이오 생산 물질·원료에 대한 수출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이 본격적으로 '바이오 패권'을 앞세우면 중국도 언제든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와 바이오를 주력 수출산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인천지역 경제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인천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인천지역 바이오 수출액은 2억9천600만 달러를 기록해 전월 대비 59.9%나 줄었다. 특히 백신 수출 규모는 지난해 2월 대비 83.6%나 감소했는데, 올해 들어 각국이 엔데믹 체제로 전환하면서 백신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따라서 반도체 시장 위축으로 무역수지가 악화한 인천 경제가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인천본부 관계자는 "미국 중심의 바이오기술 동맹에 참여하는 한편, 원료와 물질의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반도체와 바이오 외에 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