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호계동에서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안모(46)씨는 최근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 안씨는 환불을 해주겠다며 음식을 먹지 말고 집 앞에 내놓을 것을 요청했지만, 소비자는 이미 음식을 다 먹었다며 돈만 입금해달라고 요구했다.

안씨는 규정상 환불이 어렵다고 안내한 뒤 전화를 끊었지만 다음 날 배달 앱에는 최하점의 별점과 '서비스, 위생 상태 엉망'이라는 후기가 달렸다. 안씨는 억울했지만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음식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배달 앱 리뷰를 둘러싼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리뷰를 악용한 블랙컨슈머 등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가운데, 소비자들도 리뷰를 좋지 않게 달면 블랙컨슈머로 몰리는 상황에 억울함을 토로하긴 마찬가지다.

리뷰 악용 블랙컨슈머에 분통
"소비자 공유 가능한 매뉴얼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해 8월 전국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소상공인 음식점 및 주점업 사업체 300개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78%가 리뷰 관련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 사례로는 소비자의 잘못을 음식점의 실수로 전가(79%), 이유 없는 부정적인 평가(71.7%), 리뷰를 담보로 한 무리한 서비스 요구(59.7%) 등이 거론됐다.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피해에도 배달 플랫폼 업체 본사에 이야기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대응 방법이 없다고 토로한다.

안씨는 "자영업자와 소비자간 마찰이 계속되면 결국 자영업자만 손해를 입게 된다. 블랙컨슈머에 대한 명확한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좋지 않은 리뷰를 달면 블랙컨슈머로 규정하는 일이, 오히려 정당하게 평가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직장인 양모(38)씨는 배달된 음식의 포장 상태가 불량해 최하점의 후기를 남겼지만, 오히려 음식점 점주로부터 고소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양씨는 "나쁘게 평가하면 잘못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블랙컨슈머로 몰아가는 점주들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갈등을 줄이려면 블랙컨슈머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관련 규정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일반적으로 블랙컨슈머는 소비자 피해를 이유로 부당한 요구를 하고 험담이나 욕설을 하는 행위로 정의된다"면서도 "오히려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 사업자와 소비자가 공유할 수 있는 매뉴얼 제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