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철도건설법'은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을 수립할 때 국토부 장관이 미리 관계 기관장 및 시장·도지사와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3항).
또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역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은 주민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광명시민이 이전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광명시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광명시에 구로차량기지를 이전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실'은 또 있다. 정부가 차량기지 이전 후보지로 낙점한 곳에서 불과 250m 떨어진 곳에 경기도 최대 정수장인 '노온정수장'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구로차량기지가 입주하면, 차량이동과 수리 과정에서 하루종일 분출되는 미세먼지와 쇳가루 분진으로 노온정수장이 오염돼 광명시와 시흥시, 부천시, 인천시 등 약 86만명의 시민들에게 공급하는 식수가 오염된다.
9.46㎞ 길이의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광명시의 허파이자 허리와 같은 도덕산과 구름산을 관통해 대기오염을 피할 수 없고, 산림과 야생동물들의 생태 구역이 파괴된다. 그 피해는 광명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애초부터 사실·법리 살폈어도 불가능 사업
환경·인권·법치 파괴… 소통·협치 의미 퇴색
구로차량기지가 이전하면 새 전철역이 생긴다는 소문도 사실을 따져봐야 한다. 서울 구로에서 광명 노온사동까지 정차와 수리를 위한 전철만 20분 간격으로 드나들어 광명시민을 위한 대중교통수단이 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차량기지 인근에 조성되는 7만 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광명시흥신도시) 주민들의 피해와 민원은 누가, 어떻게 보상하고 해결할 것인가.
광명시는 개청 42년 동안 서울시의 베드타운으로, 서울시의 골치 아픈 민원 해결을 위한 '희생의 요충지'로 활용되어 왔다.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문제도 광명시의 반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정부와 서울시가 결단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정부의 18년에 걸친 일방적이고 불통적인 이전 추진은 광명시의 성명에 쉽사리 반박될 정도로 궁색하다. 정부는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이라는 정해진 답을 꿰맞추기 위해 원안 번복과 지연, 강제와 통보를 오가며 정부와 서울시에 유리하도록 상황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분명한 사실은 정부가 구로차량기지를 정부안대로 광명으로 강제 이전할 경우, 광명의 환경과 광명시민의 인권과 대한민국의 법치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주주의의 소통과 협의의 가치와 의미를 모르는가?
더 이상 서울 이익 위한 '희생 요충지' 안돼
정부, 민의 묵살한채 '폭탄돌리기' 중단해야
법이 규정한 절차를 위배할 때 이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 정부 실패의 과거를 잊었는가. 광명시를 두 동강 내는 정부의 폭주에 맞서 집과 일터에서 뛰쳐나와 세종시와 서울시까지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광명시민들에게 최소한의 양심조차 느끼지 못하는가.
대한민국 최초 탄소중립 도시 광명시에 18년 동안 누더기가 된 서류를 들이밀며 광명시와 광명시민들을 세 번 죽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서울시의 개발이익을 위해 언제까지 광명시를 희생의 요충지로 삼을 것인가.
정부의 세 번째 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지금, 광명시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광명시민들과 함께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막기 위해 끝까지 맞설 것이다. 협의와 소통의 기회를 차단하고 힘없는 광명시를 외나무다리로 몰아간 책임은 분명 정부에 있다. 민의를 묵살한 채 일방통행 중인 폭탄 돌리기는 멈추는 게 맞다.
/박승원 광명시장